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이 최근 수수료 부과 방식을 변경한 데 대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요금 개편 시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작년 말 배민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로 인수합병(M&A) 될 당시 소상공인이 배민의 시장 독점으로 수수료 인상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내자 배민과 박영선 장관은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10일 중기부에 따르면 박영선 장관은 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면서 “(배민 시장 독점 시 수수료 인상 우려에 대해) 중기부가 이 우려를 낮추기 위해 계속 간접적인 메시지를 내왔다”며 “지금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배민이) 요금 체계를 개편했다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민은 최근 배달 수수료를 광고중심의 월정액 8만8,000원에서 매달 주문액의 5.8%로 변경했다. 그러자 소상공인연합회는 사실상 수수료 인상으로 받아들이고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늘어 소상공인에 큰 부담”이라고 반발하고 여권, 지자체에서는 배민 견제용으로 공공배달앱을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배민은 수수료 인상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정액제에 따른 일부 업체의 광고독점을 막기 위해 정률제로 변경이 불가피했고 이번 방식이 영세업체에 더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배민의 수수료 체계가 소상공인에 어떠한 피해를 줄지에 대해 박 장관도 이날 “아직 검증을 못했지만, 배민이 요금 체계를 바꾼 후 이달 1~7일 광고비용을 분석해 중기부에 보낸 자료 상으로는 3월 대비 비용감소 업체와 증가업체가 5대5”라며 “분석 기간이 짧아 (실제 영향에 대해) 조금 더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수수료 인상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지만, 동시에 검증하겠다는 ‘경고’를 날린 셈이다.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은 두 가지 논란으로 요약된다. 우선 수수료 체계 개편이 실제 인상인지, 소상공인에 어떤 실익인지 여부다. 다른 하나는 DH가 배민을 인수하면서 낳을 배달앱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재점화시켰다. 수수료 체계 개편의 실익 여부는 중기부,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증에 나섰다. 문제는 독과점 우려다. DH는 이미 국내 2~3위 배달앱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보유하고 있어 배민까지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99%에 가깝게 돼 독점적 지위가 된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작년 말 배민과 요기요의 인수합병 심사를 담당할 공정거래위원회에 합병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배민이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고 수수료까지 올리면 시장에서 이를 막을 방법이 없고 피해는 소상공인에 전가된다는 것이다. 당시 시장독점 논란이 커지자 배민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측은 “M&A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박 장관도 한 방송에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없도록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배민의 독과점 우려에 대해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을 받은 박 장관은 “만약 시장 점유율이 그 수준(99%)에 이르면 경보를 울려야 한다”며 “독점은 늘 오만을 부르고 피해를 입힌다”고 답했다. 작년 말 배민의 M&A를 독과점으로만 보기 보다 벤처생태계 차원에서 이해해야한다는 이전 입장에서 독과점의 우려쪽으로 한 발 더 나간 발언으로 읽힌다. 그렇지만, 박 장관은 “(합병을)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벤처스타트업계도 피해를 볼 수 있고,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소상공인의 문제가 생긴다”며 ‘중기부의 딜레마’를 재차 설명했다. 실제로 벤처스타트업계에서는 ‘타다 ’운영 중단에 이어 배민의 독과점 논란이 자칫 기업의 성장과 혁신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소상공인·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관할하는 중기부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중기부는 현재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대책과 제2벤처붐 확산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박 장관은 “배달앱이 생겨나 편리함 덕분에 소상공인 주문이 늘어난 긍정적 측면도 있다”면서 “세상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 생계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소상공인연합회가 공공배달앱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에 대해 박 장관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박 장관은 “앱을 개발하는 어려움 보다 운영비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게 문제”라면서도 “(정부가 앱을 만들고 운영하면)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부분이고, (기본적으로) 정부는 (시장에) 어디까지 개입할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산은 공공배달앱 가맹점이 700곳이다. 배달앱 운영비 예산은 올해 1.8억에서 내년 5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DH처럼 외국자본의 국내 경제활동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분쟁이나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