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박상민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건강증진센터에서 12년간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1만5,408개의 안저(眼底·안구 속의 뒷부분) 사진을 기반으로 죽상동맥경화 여부를 찾아내는 AI 모형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침착하고 세포증식이 일어나 ‘죽종’이 생겨 혈관이 좁아지는 병이다. 흔히 동맥경화증이라고 하며 뇌졸중·심근경색증·말초혈관질환 등 합병증을 유발한다.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지만 발병 여부를 진단하려면 고가의 영상검사를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박 교수는 “눈은 혈관 건강을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장기”라며 “기존에는 경동맥초음파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경동맥 경화를 연구팀이 개발한 AI 진단법을 통해 안저 영상으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독립된 3만2,22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AI 안저 동맥경화점수’가 향후 심혈관 사망 위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하는 심혈관 프래밍험 위험점수(Framingham Risk Score)를 보정해 비교해도 이 점수는 독립적으로 심혈관 사망 위험도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AI 안저 동맥경화 점수가 ‘고위험’인 경우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8배 높았다.
특히 추가 검사를 해 적극적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등도 심혈관 위험을 가진 환자의 심혈관 사망 위험을 구분·예측할 수 있어 높은 임상적 가치를 증명했다. 또한 국내외에서 흔히 사용되는 심혈관 프래밍험 위험점수보다 환자의 심혈관 사망위험을 더 잘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주영 연구원(1저자)은 “AI 안저 동맥경화 진단법은 망막혈관 등의 해부학적 요소를 이용해 동맥경화를 예측한다”며 “기존 AI 연구는 안저 사진촬영 시점만 분석해 임상적 의미가 크지 않았으나 후향적 코호트를 구성해 추후 발생하는 심혈관 사망을 예측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동맥경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AI가 탑재된 새로운 안저영상 진단기기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안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