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최근 기업들이 신규로 사옥을 매수하거나 오피스를 확장 이전하려는 계획을 뒤로 미루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발(發) 경기 하락세가 장기화 될 조짐이 보임에 따라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신규 매매 및 임대 계획을 유보하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오피스 매매 거래량 통계에서도 감지됐다.
올해 1·4분기에는 오피스 매매 거래가 1조 원대로 내려앉았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올 1~3월에 거래된 서울 및 분당권역 소재의 면적 3,300㎡ 이상 오피스 빌딩의 거래금액은 1조 9,839억 원을 기록했다. 2조 2,124억 원이었던 지난 2019년 4·4분기 대비 10.4% 줄었다. 지난 2017년 4·4분기부터 지난해 4·4분기까지 오피스 매매 시장은 최소 2조 1,000억 원에서 최대 4조 6,000억 원의 규모를 지켜왔다.
실제 올해 1월의 총 거래금액은 6,927억 원, 2월은 1조 832억 원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3월에는 거래 금액이 2,079억 원에 그쳤다. 올 1분기에 거래된 ‘삼성생명 여의도빌딩(2,715억 원)’과 ‘분당 스퀘어(1,902억 원)’, ‘오렌지타워(2,520억 원)’, ‘남산스퀘어(5,050억 원)’ 등은 코로나 발생 전인 지난해 9∼11월에 입찰이 진행된 것들이다. 신영은 코로나 확산으로 4월부터 매각 일정을 연기하거나 투자를 유보하는 등의 관망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영에셋 관계자는 “오피스는 호텔이나 리테일 상품과 달리 단기적으로 공실률 급증과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확률은 낮지만 코로나 영향이 하반기까지 지속할 경우 오피스 시장도 임대수요 감소와 공실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며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거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 2분기 거래는 다소 주춤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발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외국 기업의 국내 오피스 임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외국 기업이 국내 오피스 임차 계약을 체결하기 전 의사 결정자가 오피스를 직접 방문해 둘러보는 ‘사이트 투어(site tour)’를 하는 것이 의례적인데, 코로나19로 외국인의 입국이 제한되다 보니 사이트 투어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됐기 때문이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오피스 임대차 계약 파기 등의 사례가 아직 나오지 않는 만큼 이번 사태가 오피스 시장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총괄은 “진행 중이었던 오피스 계약 건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단기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발 경기 위축에 더해 올해 서울권 오피스 공급량이 역대 최대 수준인 만큼 오피스 공실률 증가는 필연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도심·강남·여의도 등 서울 주요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은 꾸준한 감소세를 보여왔다. 한국감정원에서 발표한 서울 상업용 부동산 통계를 보면 작년 1·4분기 11%였던 공실률이 2·4분기 10.2%, 3·4분기 9.8%, 4·4분기에는 9.1%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권은 1·4분기 8.1%였던 공실률이 분기를 거듭할 수록 낮아져 4·4분기에는 7.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서울과 수도권에 257만㎡의 신규 오피스 공급이 예정돼 있는 상태다. 특히 파크원, 여의도우체국 등 물량이 집중되는 여의도 지역의 공실률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신규 오피스 공급이 적은 강남 지역과 공실률 격차가 커지는 양극화 현상도 예상된다. 최 총괄은 “오피스 물량이 대규모로 풀리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 신규 임차인 확보가 쉽지 않아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오피스 임대차는 3년, 5년, 길게는 10년까지 장기적으로 보는 계약이다 보니 계약이 일부 지연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엎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