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 왔어!” 이 후보가 12일 찾은 원주 중앙시장. 그가 나물 장사를 하는 할머니 앞에 쪼그려 앉자 할머니는 집 나갔다 돌아온 아들을 본 듯 반갑게 맞았다. 지난 2011년 이 후보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강원도지사직을 잃은 후 9년 만에 치르는 첫 선거다. 그는 “선거운동이 오랜만이라 낯설지만 주민들이 호응해주셔서 힘이 난다”고 했다.
이 후보는 9년간의 공백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친숙하게 주민들과 부대꼈다. 상인들에게는 인사만 건네는 게 아니라 한 명 한 명에게 상가 활성화 방법, 시장환경 개선 방안 등을 설명했다.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도 쏟아졌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민심 아래에는 ‘대권 주자’를 원하는 강원도민의 바람이 깔렸다. 이 후보에게 사전투표했다는 중앙동 주민 김연심(58)씨는 “이 후보를 몇 년 전부터 봐왔다. 잘못됐을 때(지사직 상실)도 대통령감인데 참 안타까웠다”며 “우리 가족은 무조건 올인”이라고 전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TV토론회에서 “도지사보다는 원주의 경제성적표를 가지고 전 국민이 인정하면 그때 더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갈 생각이 있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이 후보가 내건 슬로건은 ‘클라스가 다른 원주’다. 급이 다른 정치적 거물을 강원도에 선물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동시에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에서 숙성시킨 그의 미래 비전으로 원주를 ‘클라스가 다른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있다. 이 후보는 ‘항바이러스 국가산업단지 조성’ ‘기업도시2.0’ ‘미래교육위원회’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원주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도와주십시오. 저 좀 도와주세요!” 같은 날 평원동 풍물시장을 찾은 박 후보는 쉰 목소리로 유권자들의 손을 잡고 호소했다. 노인들은 박 후보 유세에 뜨겁게 호응했다. 몇 명은 박 후보를 둘러싸며 “박정하! 박정하!”를 외치기도 했다. 박 후보가 대로변에서 마이크를 잡고 유세하자 차에 탄 이들이 ‘기호 2번’을 나타내는 V자를 손으로 그리며 지나갔다.
박 후보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 바른정당 수석대변인, 그리고 원희룡 도지사 시절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대표적인 개혁보수계 인사다. 원주에서 태어나 진광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이곳에서 치르는 선거는 처음이다. 이름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박 후보는 이 후보의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를 집중적으로 찔러대고 있다.
박 후보는 유세 중 인터뷰를 통해 “이 후보가 벌써 10년 전에 정치자금법 세 번에 여러 가지 전과가 있다”며 “그때 떨어져나온 과거의 인물, 비리정치의 전형적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주가 한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청렴한 사람, 깨끗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통합당 강원도당이 지난달 27일 “그동안 출마했던 선거에서는 공보물에 포함되지 않았던 절도·공문서위조 등의 전과 이력이 이번 총선 전과기록 신고내용에서 새롭게 드러났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6일 “아무리 도지사를 지내고 대통령을 지냈어도 불법과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다시 정치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게 대한민국 정치가 가야 할 길 아니겠느냐”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주말장인 원주 풍물시장에는 이날 원주갑·을은 물론 민생당·우리공화당·정의당 등 후보들이 총출동했다. 민주당의 공천 결정에 반발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성중 원주갑 후보도 유세차에 올라타 “무소속이 아닌 원주 시민들이 추천한 원주시민 소속”이라며 선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원주=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