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코로나로 세계화 반발심리 커져…규제완화·서비스업 육성해 내수 키워라"

■포스트 코로나19…경제연구원장 긴급진단

사태 진정돼도 V자 반등 쉽잖아 생산·소비 복원력 회복 시급

빚많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무너질땐 韓경제 2차 충격 올수도

공급과잉 전통산업 경쟁력 잃어…좀비기업 과감한 퇴출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 중 하나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덮친 가운데 민간 경제연구소의 수장들은 빚더미에 오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2차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원장들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생산·소비의 복원력을 유지하면서도 좀비 기업은 퇴출하는 정밀한 대책을 요구했다. 세계화에 대한 반발 심리는 커질 것으로 우려돼 서비스 산업 육성을 필두로 내수 확대도 강하게 주문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12일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소비와 생산이 모두 위축됐는데 대외수요마저 줄면서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없으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물론 대·중소기업까지 줄줄이 도산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3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는 응답이 81.7%에 달했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도 “조기 은퇴한 중장년층이 자영업에 대거 진출한 상태로 부채 규모가 상당한 만큼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위기 강도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을 살려 나가더라도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쟁력을 상실해 이익을 내지 못하던 기업까지 살리면서 또 다른 위기를 부르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를 그간 미뤄온 산업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은 “각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 채 전통 산업의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급 대비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이는 더 급격한 소비 위축을 일으켰다”며 “전통 산업이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돈만 쏟아 연명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상장기업 5곳 중 1곳(20.9%)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역시 “코로나발(發) 위기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 현금흐름이 막혀 도산하는 사태는 정부가 절대적으로 막아줘야 한다”면서도 “경쟁력을 잃은 기업에 또 정책 자금을 넣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 논리에 밀린 구조조정 지연이 좀비 기업을 증가시켰고 이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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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경제지표가 빠르게 반등하는 ‘V’자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정 기간 횡보하다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는 ‘U’자 형태 또는 장기침체인 ‘L’자 형태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 원장은 “단순히 코로나19의 문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소비 위축 문제가 근본적으로 내재된 상태였다”며 “코로나 충격이 가시더라도 ‘V’자형으로 회복될 여건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손 원장도 “코로나19가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거나 재발하면 경기 침체는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생산·소비 복원력 회복이 꼽혔다. 올해 전염병 불안감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뿐 아니라 임금 상승률 감소, 가계부채 등 구조적 원인이 겹겹이 쌓여 소비침체에 대한 걱정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김 원장은 “서비스나 유통망이 심각하게 훼손되면 아무리 돈을 풀어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 시스템이나 밸류체인이 망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나서면서 수출 중심 경제구조로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세계화 흐름이 멈추면서 과거와 같은 자유무역이 이뤄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수출을 살리면서도 내수 확대에 집중하는 정책들을 기대했다. 장 원장은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면서 복원성을 갖추는 게 중요한데 내수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어 내수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장도 “내수 확대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것”이라며 “기업 규제를 풀어야 서비스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재영·조지원기자 jw@sedaily.com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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