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산유국 석유장관은 트위터와 취재진을 통해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OPEC+는 지난 9일 화상회의에서 하루 1,00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멕시코의 반대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멕시코는 자국 할당량인 하루 40만 배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10만 배럴만 감산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요구를 반대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12일 회의에서 결국 수용하면서 합의가 타결됐다. 이날 합의된 감산량은 그간 OPEC+가 결정한 감산·증산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9일 발표된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감산 기준은 2018년 12월이며, 하루 250만 배럴씩을 감산해야 하는 사우디와 러시아는 산유량을 각각 하루 850만 배럴로 줄여야 한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가 4월부터 산유량을 올린 터라 합의된 감산량인 하루 970만 배럴을 4월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 1,200만∼1,300만 배럴 정도를 감산하는 효과가 나온다. 이란 석유장관은 이들 3개 산유국이 OPEC+의 감산량 이외에 하루 200만 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6월 이후 감산 계획과 관련해 나이지리아 석유부는 성명을 통해 9일 합의된 대로 7월부터 올해 말까지는 하루 800만 배럴,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하루 6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크렘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전화 통화로 OPEC+의 감산 결정을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달 6일 OPEC+ 회의에서 감산 합의가 결렬된 뒤 사우디의 증산 선언으로 촉발한 ‘유가 전쟁’도 일단락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날 합의로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지속적인 상승세로 반전하는 동력을 충분히 얻었는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위기로 감소할 원유 수요량이 하루 3천만 배럴로 전망되는 만큼 OPEC+의 감산량은 국제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여서다.
또한 OPEC+의 합의 타결을 위해 미국이 9일 멕시코에 할당된 감산량 중 하루 25만 배럴을 떠안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가 산유량을 강제할 수 없는 미국 석유 산업의 특성상 미국이 ‘대리 감산’을 실행할 수 있는 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나이지리아 석유부는 “미국의 개입으로 멕시코의 요구가 수용됐고 미국 석유회사들이 하루 30만 배럴을 추가로 감산하도록 하면 단기간에 유가가 배럴당 15달러는 오를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로이터통신은 OPEC+ 소식통들을 인용해 “OPEC+에 참여하지 않은 산유국들(미국, 캐나다, 브라질, 노르웨이 등)이 감산에 동참하고 각국의 전략 비축유 구매를 고려하면 실질적 감산량은 하루 2,000만 배럴이 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