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업계가 생산 혁신에 나서고 있다. 건설 경기 위축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공기 지연까지 겹치며 레미콘 업계가 고전하고 있지만 제조 혁신을 통해 생산 효율성 제고, 비용 절감 등을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유진 그룹 계열사인 유진기업이다. 유진기업은 13일 같은 그룹사인 동양과 손잡고 모듈화와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모듈러 타입의 이동식 배처플랜트(BP)’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BP는 시멘트·골재·물 등을 알맞은 비율로 혼합해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설비다.
이번 모듈러 이동식 BP가 주목 되는 것은 공사 현장에 설치된 BP에 비해 이동·설치·운영의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기존 현장 BP가 설치까지 최소 한 달 이상 걸리는 반면 모듈러 이동식 BP는 부품과 구성 설비를 모듈화해 조립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일주일이면 설치를 마무리할 수 있다. 그 결과 자재 운반과 설치에 필요한 비용·인력 등을 아낄 수 있다. 생산능력도 현장 BP에 버금간다. 시간당 생산량은 일반적인 현장 BP(210㎥)의 70% 수준인 150㎥가 가능하다.
스마트 기술이 탑재돼 운전실로부터 반경 500m 이내에서 노트북·태블릿PC 등을 활용해 무선으로 원격 조작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기존 설비에서 항상 필요했던 전담 운전원이 없이도 설비 운용을 할 수 있다.
특히 유진기업은 모듈러 이동식 BP가 해외에서 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도 이동식 BP가 있지만 생산 용량이 유진기업 제품보다 절반 수준에 불과해 고정식 BP를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다. 이번 제품의 경쟁력이 있는 이유다. 레미콘 업종 특징상 제품 수출은 사실상 어렵지만 제조 설비 수출로 해외 공략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설비가 전국에 걸쳐 대부분 구축돼 있는 국내보다는 건설 인프라가 부족한 해외에서 인기를 끌 것”이라며 “설비 운용의 편의성, 비용 절감 측면에서 장점이 확연하기 때문에 설비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절감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며 “건설 현장의 스마트화도 점점 앞당겨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진기업과 동양은 지난 2016년 한가족이 된 이후 영업과 구매 부문에서 시너지를 높여 왔다. 이번 이동식 BP 공동개발은 기술 부문에서도 협업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