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라고. 야이, XXX야.”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에서 진행된 홍준표 무소속 후보(대구 수성을)의 출근길 유세 현장. 유세 중 나타난 한 40대 남성이 골프채를 휘두르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욕설을 퍼붓던 이 남성은 홍 후보의 별명 ‘홍카콜라’를 연상시키려는 듯 콜라병을 바닥에 세워놓고 연신 골프채를 휘둘렀다. 이 남성은 홍 후보 측 선거운동원이 제지하려 하자 차를 타고 달아났다가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홍 후보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범인은 모 후보 측 생활체육자문위원장”이라고 주장하며 “후보 테러 시도에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4·15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후보들은 폭력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막판 선거운동에 매진했다. 홍 후보 외에도 이언주 미래통합당 후보(부산 남을)의 남편이 상대 후보 지지자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격전지를 중심으로 선거운동 열기가 과열되고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거운동 방해 행위가 도를 넘어서는 모습이다.
부산 남을에 출마한 이 후보의 남편도 상대 후보 지지자로부터 봉변을 당해 이날 경찰 신고에 나섰다. 이 후보 선거캠프에 따르면 이 후보의 남편 최모씨는 지난 12일 오후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이 후보 지지유세에 나섰다가 한 여성에게 폭행당했다. 이 여성은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최씨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욕설을 퍼붓다가 선거운동원들에게 제지됐다. 경남 진주에서는 유세 중이던 이창희 무소속 후보(진주을)가 4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유세 차량에 뛰어올라 이 후보를 폭행한 40대 남성 A씨는 이날 경남 진주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 밖에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는 신고도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지난 선거들에 비해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폭력 위협이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진영 대 진영’의 대결로 과열되면서 법·질서보다 진영 이익을 앞세우는 분위기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흉흉한 분위기 속에 여야는 막판 선거운동에 매진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다. 각 후보들은 투표일 전 ‘72시간 유세전’을 속속 시작하면서 막판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투표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각계의 투표 독려 활동도 계속되고 있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전국 각지의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곁들인 투표 독려 캠페인을 펼치며 ‘투표율 높이기’에 나섰다. 연예인들도 주말에 진행된 사전투표 ‘인증샷’을 남기는 등 투표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탰다. 배우 박서준·오나라·신민아, 가수 아이유 등은 SNS를 통해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튜브를 통해 예능인 유재석·양세형·박나래, 가수 송가인 등 유명 연예인이 참여하는 투표 독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투표 당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14일까지 전국 1만4,330개의 투표소와 251개 개표소의 방역을 모두 마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