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45)와 필 미컬슨(50·이상 미국)은 남자골프의 대표적인 양대산맥이자 라이벌로 활동해왔다. 그런데 냉혹한 앙숙으로 소문났던 이들의 관계가 지난 수년 사이 상당히 개선됐다. 전성기를 지나 코스에서의 경쟁이 점차 줄어들면서 훈훈해지는 모습이다.
미컬슨이 지난해 4월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우즈에게 우승 축하 손편지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져 다시 한 번 이들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은 14일(한국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우즈가 우승한 직후 챔피언 로커룸의 모습이 담긴 사진 4장을 공개했는데 여기에 미컬슨이 쓴 축하편지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미컬슨은 냅킨에 ‘타이거, 당신의 올해 대회는 정말 대단했고 감동적이었다! 당신이 우승해 매우 행복하다! 필’이라고 손 글씨를 적어 우즈의 로커 앞에 붙여놨다. 지난해 우즈가 우승한 직후 축하 인사를 건넨 선수 중에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경기장을 떠나기에 앞서 이 메시지를 우즈에게 남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6년 우즈의 데뷔 이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20년 넘게 우즈와 미컬슨의 대결 구도가 이어졌다. 우즈가 메이저대회 15승(통산 82승)을 거두며 ‘황제’로 군림하는 동안 미컬슨은 ‘만년 2인자’로 밀려났다. 우즈가 총 683주간 세계랭킹 1위를 지킨 반면 미컬슨은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우즈 시대’에 미컬슨만한 라이벌도 없었다. 미컬슨은 우즈의 독주 속에 메이저 5승을 수확했고 PGA 투어 통산 44승 중 34승을 우즈의 전성기에 거둬들였다. 현재 PGA 투어 통산 상금과 현역 선수 최다승 1, 2위도 우즈와 미컬슨이다.
두 선수는 2018년 마스터스를 앞두고 함께 연습 라운드를 치르며 ‘해빙’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미국 매체들은 우즈와 미컬슨의 연습 라운드 동반이 1998년 이후 20년 만이라고 전했다. 그해 11월 일대일 맞대결 이벤트를 벌였던 이들은 다음달 두 번째 ‘세기의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올해 마스터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난주 열리지 못하고 오는 11월12~15일로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