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코로나에 묻혀 정책·공약 실종...막판까지 막말·독설 '얼룩'

[선택 4·15]

인물·비전 대신 "밀리면 끝" 진보·보수 진영대결 양상

"추악한 매표""룸살롱 골든벨" 선거전날도 비난·비방

민주 '文정부 동력 확보' 통합 '정책 실책 몰이' 올인

이해찬(오른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 앞 사거리에서 울산 총선 후보자들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이해찬(오른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 앞 사거리에서 울산 총선 후보자들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대표가 그런 황당한 소리(테러를 할지도 모른다)를 한단 말이냐. 그러니 국민 지지를 못 받는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코돌이’가 대거 당선되면, 국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나라는 진짜 망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추악한 매표행위.”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긴급재난지원금은 당신이 함부로 흔들어도 좋은 룸살롱 골든벨이 아니다.” (민생당 논평)

“국민의당에 투표하면 중도가 아니라 ‘꼴보수’가 강화된다.” (이종걸 더불어시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양정철, 급도 안되는 사람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총을 겨눴다.” (손혜원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제21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마지막 날인 14일에도 여야의 독한 ‘설전’은 계속됐다. 막말 또는 독한 말은 여야와 지역구 후보를 낸 정당과 그렇지 않은 비례대표 정당을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가 나서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깎아 내렸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과의 공동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3일 전 황 대표의 ‘테러’ 발언을 언급하며 “황당한 소리를 하는 이에게 과연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테러는 과거 전두환, 박정희 때 하던 짓”이라며 “야당 대표가 황당한 소리를 하니 국민 지지를 못 받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황 대표는 앞서 지난 11일 대학로 거리 유세에서 “이 정부는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테러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코돌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독설을 가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를 틈타 청와대 돌격대 ‘코돌이’가 대거 당선되면, 국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나라는 진짜 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을 때 총선에서 당선된 여당 후보를 보수 진영이 비하하는 표현이 ‘탄돌이’인데 코돌이는 탄돌이를 패러디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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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박 위원장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전날 ‘고민정 후보가 당선되면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한 이 원내대표의 발언을 “국민 혈세를 이용한 추악한 매표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생당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변경 언급을 룸살롱 골든벨을 흔든 것에 빗댄 논평을 냈다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13일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고민정 후보 지원 유세에서 “고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나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정당의 선거를 이끌고 있는 이종걸 더불어시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손혜원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독설 대열에 합류했다. 이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의당에 투표하면 중도가 아니라 ‘꼴보수’가 강화된다”고 강조했고, 손 최고위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급’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여야가 역대 그 어느 총선 선거전보다 ‘독한 말잔치’를 벌인 것은 이번 선거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 통합당은 반대로 현 정부 정책을 실책으로 몰아세우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 전부를 쏟아부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진영 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제대로 된 정책과 공약 대결은 펼쳐지지 못하고 막말과 독한 말이 난무하는 선거전이 돼 버렸다는 점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정치에서 양극화가 좀 더 강화됐다”면서 최근 막말 사례는 “(양당이) 서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영 대립이 한껏 고조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를 엄습한 코로나19 사태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서경 펠로(자문단)인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게 코로나19로 인한 생존의 문제,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경제 문제”라며 “코로나19 사태 등이 정작 중요하게 다뤄졌어야 할 이런 담론을 덮어버렸다”고 말했다.

여야는 그 책임마저도 상대 당으로 돌리며 서로를 맹비난했다. 현근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0대 국회에서 통합당은 막장 정치의 전형을 보여줬다”면서 통합당의 막말 파문을 향해 “혐오를 부추기는 막말 정치”라고 비난했다. 통합당은 이날 민주당의 막말과 실언 사례를 모은 파일을 당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바로 반격했다.

한편 법원이 ‘세월호 막말’ 등으로 인해 미래통합당이 제명한 차명진(경기 부천병) 후보의 제명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차 후보는 총선을 완주할 수 있게 됐다. /김혜린·임지훈기자 rin@sedaily.com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명수대약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서울 동작을 나경원 후보 지원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명수대약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서울 동작을 나경원 후보 지원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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