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쌍용자동차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 도중 경찰관을 체포하려다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4명이 벌금형을 확정 받았다. 다만 집회 당시 경찰이 설정한 질서유지선이 집회의 자유를 침범하는 수준이었다며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선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체포치상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덕우·김유정·송영섭·김태욱 변호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벌금 150만~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결이유에 모순이 있는 등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들 변호사는 지난 2013년 7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차 대책위 집회 도중 경찰에 질서유지선 퇴거를 요구하다 충돌했다. 이들은 “집회방해로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며 최성영 당시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의 팔을 잡고 약 20m를 끌고 갔고,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집회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정당방위이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한 현행범 체포에 해당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원심은 이들의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집회신고장소 내에 질서유지선을 설정하고 확성기로 피고인들의 집회에 간섭하는 등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경찰관들이 미리 집회 장소에 진입해 머물면서 그 일부를 점유한 것은 원심의 판단과 같이 집시법상 질서유지선의 설정으로 볼 수 없고, 질서유지선이 최소한의 범위로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들 변호사의 행동이 대항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변호사들의 행동이 경찰관을 체포하려 한 게 분명하기 때문에 체포 관련 혐의는 유죄로 봤다. 그 대신 피고인들의 체포 행위 지속 시간이 약 1분 10초에 불과한 점 등을 이유로 체포치상이 아닌 체포미수죄를 적용했다. 1심은 ‘집회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 “방위행위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피해자를 집회 신고 장소에서 끌어내 인근 검찰청까지 데려가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의사로 체포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도 “적법한 현행범 체포로 인정되려면 피해자의 범죄가 명백해야 하는데, 집회장소를 일부 점유했다 해도 폭행·협박에 준하는 행위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