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편한 다리에도 30분 걸어서 '한표'…전국 투표소서 긴 줄

'사회적거리 두기;로 한층 길어진 대기 줄

각종 방역 절차에 대기 시간 길어졌지만

"늦어져도 안전해야" 성숙한 시민의식 발휘

코로나 발 악경기에 "경제 회복 우선" 요구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일인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연합뉴스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일인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시민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일인 15일, 수도권 지역 곳곳에서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시민들로 투표소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청구동 제3투표소인 약수유치원 앞에는 2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시민 간 간격이 더 띄워져 줄은 더 길어졌다. 투표소를 찾은 30대 남성 박모씨는 “후보들이 많아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사실 투표장에 오기 전부터 이미 마음에 담아 둔 정당을 뽑고 얼른 투표를 마쳤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자치회관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도 줄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오전 6시부터 7시30분까지는 이른 아침 투표를 마무리하려는 시민들로 자치회관 옆 도로까지 줄이 늘어졌다. 이후 사라진 줄은 점심 식사 전후로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로 정오께부터 다시 길게 늘어졌다. 오후 12시30분께 투표를 하러 온 백모(26)씨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방역 문제가 중요하다고 느끼게 돼 그 부분이 표 행사에 큰 영향을 줬다”면서 “다같이 잘살고 싶다는 마음에 어느 때보다 공보물을 열심히 찾아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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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몸을 이끌고 투표소를 방문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경기 안산 비산1동 투표소를 찾은 황모(87)씨는 “지팡이를 짚고 오기 때문에 걷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하니까 왔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정 투표소를 잘못 찾아 인근 다른 투표소로 이동하기 전에 잠시 투표소 앞에서 쉬기도 했다. 최근 허리 수술을 했다는 이모(63)씨는 허리 보호대를 찬 채 목발을 짚고 비산3동 투표소에 도착했다. 이씨는 “아프지만 당연히 투표는 해야한다”며 “많은 비례당이 있었지만 공보물이랑 뉴스를 보고 어떤 당을 찍을지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감염병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각 투표소에서는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 조처가 시행됐다. 투표소 안내원들은 시민들이 도차하면 발열 측정기를 들고 체온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투표소 안에는 손소독제와 비닐장갑이 구비 돼 있었다. 시민들은 소독과 방역용품 착용을 마쳐야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었다. 발열 여부 측정, 손 소독, 비닐장갑 착용 등의 절차가 추가되며 투표 과정에 약간의 불편함이 더해졌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필요한 절차라며 감수했다. 청구동 제2투표소인 청구초등학교를 찾은 김예순(65)씨는 “한사람 한사람이 규칙을 잘 지켜야 코로나19 사태도 빨리 종식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른 방역 절차가 더해졌더라도 괜찮다”고 말했다. 박재훈(30)씨도 “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내원들은 신분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시민들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앞 사람의 신분증 확인이 끝날 때까지 다음 사람이 대기선을 침범하지 않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일인15일 서울 중구 청구동 제2투표소에 비닐장갑을 수거하는 쓰레기봉투가 비치돼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투표소를 찾는 시민들에게 손소독제와 함께 비닐장갑이 배부됐다./한민구 기자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일인15일 서울 중구 청구동 제2투표소에 비닐장갑을 수거하는 쓰레기봉투가 비치돼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투표소를 찾는 시민들에게 손소독제와 함께 비닐장갑이 배부됐다./한민구 기자


코로나19 사태 직후 악화된 경기 상황을 반영하듯 경제 회복의 희망으로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동갑내기 아내와 투표소를 찾은 김양수(45)씨는 “코로나19로 시국이 시국인만큼 특히 휘청이는 경제를 잘 돌볼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표재윤(25)씨도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지며 주위에도 그렇고 손해를 본 사람이 많더라”며 “주가 회복은 물론이고 코로나19 이전만큼 한국 경제를 튼튼하게 할 후보가 당선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허진·한민구·김태영기자 hjin@sedaily.com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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