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플로라 홀랜드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스히폴공항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가면 알스메이르라는 도시가 나온다. 인구가 3만명가량인 이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꽃 생산지다. 원래 베고니아 같은 관엽식물 재배지였으나 9세기 말부터 장미를 시작으로 다양한 꽃이 생산되고 있다. 꽃의 도시답게 알스메이르에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화훼경매장이 있다. 대지면적 100만㎡를 자랑하는 ‘플로라 홀랜드’다. 이곳에는 갓 딴 꽃처럼 화훼를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는 축구장 20개 크기의 첨단 저온저장고가 갖춰져 있다.


길이가 1㎞에 달하는 저장고에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이스라엘·케냐·에콰도르 등 각 대륙에서 운송돼온 꽃들로 가득 차 있다. 이 꽃들은 대부분 오후4시에서 오전4시 사이에 입고돼 오전6시 시작되는 경매에 부쳐진다. 1990년대까지는 직접 실물을 보는 경매 방식이었으나 이제는 전자식 경매가 자리 잡았다. 바이어들이 대학 강의실 같은 공간에 있는 책상에 앉아 대형 전광판과 모니터를 통해 물건을 확인하고 입찰하는 방식이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경매만 하루 12만~13만 건으로 물량으로는 3,000만~4,000만 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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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된 꽃들은 경매 2시간 이내에 출고돼 스히폴공항을 통해 전 세계로 배송된다. 미국·유럽은 하루, 한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은 하루나 이틀 걸린다. 플로라 홀랜드가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출발은 미미했다. 1911년 중간도매상 횡포에 시달리던 농가 세 곳이 직접 조합을 만들어 경매에 나선 게 시초다. 이름은 ‘꽃의 여신’을 뜻하는 플로라(Flora)와 네덜란드의 다른 표기인 홀랜드(Holland)의 합성어다. 설립 100주년인 2011년에는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명칭에 왕립 칭호인 ‘로열(royal)’까지 부여받았다.

꽃 성수기에 몰아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플로라 홀랜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꽃 소비가 많은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플로라 홀랜드의 거래량이 사태 전에 비해 70%나 감소했다. 추정 손실액만 20억 유로(약 2조6,500억원)에 이른다. 꽃이 안 팔려 우울한 화훼농가나 꽃향기를 만끽하지 못하는 소비자들 모두에게 잔인한 봄날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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