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전날 총선 결과에 낮은 자세를 취했다.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참모들 역시 총선 결과에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들께서 선거를 통해 보여주신 것은 간절함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간절함이 국난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겠다”며 “겪어보지 못한 국가적 위기에 맞서야 하지만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겠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이번 총선 결과를 “큰 목소리에 가려져 있었던 진정한 민심을 보여주셨다”고도 평가했다. 선거기간 막말 등에 휩쓸리지 않은 국민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앞으로의 관심은 집권 후반기 국정 동력을 확보한 문 대통령이 공직사회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개각 및 청와대 개편에 나설지 여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들어본 바 없다”고 밝혔으나 총선 과정에서 여당에 새 인물이 대거 수혈된 것을 감안하면 개각 가능성은 살아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미 장관급 후보자들에 대한 전방위 인사검증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원년 멤버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교체 1순위로 거론된다. 취임 1년을 넘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 고위급들의 교체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강 장관이 교체될 경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외교·안보 라인의 연쇄 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국에 변수를 키우기는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의 신중한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면 개각과 청와대 개편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청와대 안팎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