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대승을 확정한 가운데 선거를 진두지휘한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의 위상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 호남에서의 몰표를 끌어온 1등 공신임을 인정받는데다 대선의 전초전인 서울 종로 선거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마저 꺾으며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오는 2022년 3월 예정인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 위원장이 당의 전면에 나서 위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국난극복 프레임을 내걸고 대승을 거둔 만큼 조만간 가시화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여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위원장이 이해찬 대표의 2년 임기가 만료되는 올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면 무난히 승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을 돌며 후보 지원 유세를 펼치고 호남 승리의 1등 공신인 만큼 당원들의 고른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이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후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국난극복을 위해 의원들을 단일대오로 결집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역대 최장수 총리와 총선 승리 경험을 살려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때다.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이 대승했지만 지금부터는 국난을 상대로 또 다른 전쟁을 벌여야 하는 시기”라며 “지금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에는 대선 1년 전에 당직을 포기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당헌·당규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위원장이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다고 해도 대선일(2022년 3월)로부터 1년 전인 내년 3월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만큼 사실상 ‘7개월짜리 당 대표’를 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의 비판과 이에 따른 당내 분열이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위원장이 전날 향후 당내 역할과 관련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내 지혜가 모이리라 본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총리에 선대위원장까지 지낸 인사가 당권까지 잡겠다고 하면 지나친 욕심으로 보이는데다 자칫 민주당만의 잔치에 그칠 수 있어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아 대권 후보로서의 선명성과 확장성까지 훼손될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장이 당권을 잡는다고 해도 이번 총선 승리만 한 결과물을 낼 수 없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이 위원장의 대권 상품성까지 훼손된다면 다음 대선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당 일각에서는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 등 현재의 후보군 외에 문재인 대통령과 코드를 공유할 수 있는 청와대 출신 인사가 당에 복귀해 제3의 인물이 당권을 거머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