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시그널] 오리온에 5배 쏟아진 러브콜…기관 투심 '기지개'

700억원 모집에 3,500억원…한달여만 최대 경쟁률

'실적 먹구름' 호텔신라도 수요확보 성공

국민연금 참여에 "투심 움직이나" 시장 기대감↑







오리온(271560)호텔신라(008770)가 회사채 투자 수요 확보에 성공했다. 특히 사재기 열풍으로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오리온에 기관의 사자 주문이 쏟아졌다. 산업은행의 지원 없이 모집금액의 5배수를 끌어모으면서 얼어붙었던 기관들의 투심이 움직이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AA, 안정적)이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3,5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모집금액의 5배수가 몰린 것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지난달 이후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다. 채안펀드도 300억원어치 매입했다.

수요가 쏟아지면서 발행금리도 민평금리에 7bp(1bp=0.01%)를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앞서 수요예측에 나선 AA급 기업들이 대부분 +20~30bp 선에서 발행 결정한 것과 비교하면 우수한 수준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지원 없이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는 평가다. 그간 회사채 시장에서 발을 빼던 국민연금도 한 달여만에 주문을 넣었다.


같은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호텔신라(AA, 부정적)도 1,500억원 모집에 2,500억원어치의 주문을 받았다. 만기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규모를 모집한 3년물(1,100억원)에 1,600억원이 몰렸다. 채안펀드 투자 대상이 아닌 5년물(200억원)과 10년물(200억원)에도 각각 400억원과 500억원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무난하게 시장에서 발행 수요를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관련기사



같은 신용등급이고 둘다 채안펀드의 지원 대상이라는 점에서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이 시장 수요를 갈랐다는 평가다. 오리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특수를 누리는 기업 중 하나다. 실내 활동이 많아지면서 제과류 수요가 확대돼 국내와 중국 법인 판매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법인의 경우 사재기 열풍 확산으로 공장 가동률이 상승해 시장점유율 개선까지 전망된다.

반면 호텔신라는 실적 악화 우려가 짙어졌다. 주력사업인 호텔·면세업의 영업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탓이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외국인 비중은 83.5%에 달했으며 이중 80% 이상이 중국인 입국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올해 2월 기준 총입국객이 약 6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 역시 10억7,000만달러로 연초 대비 반토막났다. 국내 신평사들은 최근 이를 반영해 호텔신라의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고 신용등급 하향 검토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시기도 예단하기 어려워 실적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시장은 우량채 선호 현상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도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에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라며 “우량 기업 위주로 발행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같은 등급 내에서도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지표에 따라 수요가 갈리고 있다는 얘기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도 “오리온은 경기방어적인 업종이기 때문에 투자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반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호텔신라의 경우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수요를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