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자중지란 통합당..."김종인外 답 없다" vs "외부인에 못맡겨"

통합당 최고위 제기능 상실 속

홍준표 등 복당두고 내홍 조짐

金 비대위원장 추대론 급부상

김태흠 등 친박계 의원은 반발

김종인 "중지 모여서 제안 와야"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미래통합당 내에서는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외에 당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가 없다고 보고 있다. 보수진영에서 원로로 추대받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번 4·15총선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총선 참패에 무시하지 못할 책임이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의결할 당시 의사봉을 두드렸다. 비대위를 맡으면 돌아선 중도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

미래통합당의 심재철(앞줄 왼쪽부터) 원내대표와 조경태 최고위원 등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권욱기자미래통합당의 심재철(앞줄 왼쪽부터) 원내대표와 조경태 최고위원 등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권욱기자


무엇보다 과거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이 창립준비위원장을 맡고 지난해 12월 보수진영 원로로 불리는 인사 500여명이 ‘국민통합연대’를 만들어 보수진영 통합에 역할을 했는데, 친이계와 친박계로 불리는 보수진영 원로들은 그간 행보가 강성 우파에 가까워 중도층에 배척당한 당의 재건을 맡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통합당은 지난 10년간 ‘살생부’를 꺼내 들며 친이계와 친박계가 싸우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통합당 당직자는 “대안도 인물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총선 참패 이후 황교안 대표가 사퇴하고 이틀이 지난 통합당은 사실상 최고위원회가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자중지란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시 계파 간 내분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무성계로 알려진 중진 권성동 의원이 복당을 신청했고 ‘원조 친박’을 자처한 윤상현 의원, 친이·친박계를 오간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도 총선 승리 이후 당에 돌아오기를 원하고 있다. 무소속 인사 가운데 대중적인 인지도가 가장 높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25년간 당을 내가 지켰는데, 뜨내기들이 내 복당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며 당이 또 내홍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홍 전 대표가 말한 ‘뜨내기’가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을 거쳐온 유승민계 의원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서울 용산을에서 당선된 4선의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당 안팎에서는 새 지도부를 꾸리는 논의만 눈에 띈다. 선거에서 처참하게 패한 당이 고작 한다는 게 ‘감투싸움’인 것으로 비칠까 두렵다”고 꼬집었다.


통합당 당헌 제96조(비상대책위원회)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면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 해소를 위해 비대위를 두게 명시했다. 비대위가 구성되는 즉시 당의 최고 결정기관인 최고위원회는 해산하고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 비대위는 위원장 1인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김 전 위원장의 비대위 역할론이 주목받는 것도 비대위원의 구성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총선 과정에서 녹슬지 않은 ‘사람 보는 능력’을 발휘했다. ‘세월호 막말’로 총선 판세를 흔들었던 차명진 후보의 제명을 적극 권고했고 이를 처리하지 못한 지도부를 “한심하다”고 질타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내 계파와 관계없고 중도와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가진 김 전 위원장이 중립적인 비대위를 구성해 교통정리하지 않으면 당권투쟁은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홍 전 대표와 5선의 정진석 의원, 김용태 의원 등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친박계로 불리는 김태흠 의원은 “당 쇄신을 외부인에게 맡길 수 없다.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과 조경태 최고위원 역시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가 아니라 빨리 전당대회를 치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세’를 갖춰야 비대위를 맡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측근 인사는 “만장일치는 아니더라도 중진들의 추대 등 중지가 모여서 제안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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