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돼 무조건적으로 한국을 찬양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 ‘Do you know BTS?’ 일명 ‘두 유 노 시리즈’라고 불리는 이 표현은 주로 한국 기자들이 외국인이나 외국인 스타를 만나면 물어보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인물이나 캐릭터 또는 문화를 알고 있는지 물으며 은근슬쩍 자랑하는 게 포인트죠.
특히 최근엔 국난 극복을 위해 대구로 달려간 의료봉사자들의 시민의식,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 넷플릭스 각 국가별 차트 1위에 오른 드라마 ‘킹덤2’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국뽕 바이브를 이어가기에 충분한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여러분이 모르고 계실만한 국뽕 콘텐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베트남 음료 시장의 최강자였던 코카콜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음료가 있으니 바로 음료 ‘아침햇살’입니다.
아침햇살은 1999년 한국 기업 웅진식품이 출시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출시한 쌀 음료라는 점이 주목받아 큰 인기를 끌었죠. 그 밖에도 웅진식품은 외국계 탄산음료와 과일주스가 한국 음료 시장을 장악하던 당시 인삼 달이는 기술을 활용한 한국적 음료인 ‘가을대추(1995년 출시)’, (조)매실 열풍을 불러온 ‘초록매실(1999년 출시)’ 등 잇따라 히트작을 내며 성공적인 음료 기업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 12월, 모기업인 웅진그룹이 흔들리기 시작되며 웅진식품 역시 타격을 입습니다. ‘웅진코웨이’로 유명한 웅진그룹은 건설과 화학 등 다양한 분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결국 법정관리까지 들어가게 되는데요. 이에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와 웅진식품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릅니다. 웅진식품의 주인은 웅진그룹에서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로 바뀌게 되죠.
이런 큰 위기 속에서 웅진식품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합니다. 바로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이죠. 웅진식품은 자사의 음료 제품들이 탄산음료보다 건강 음료에 관심이 높은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으리라 직감합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는데 특히 ‘아침햇살’이 베트남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베트남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쌀이라는 주재료와 은근한 단맛 덕분이었죠. 아침햇살은 2014년 베트남에 출시된 이래 줄곧 뜨거운 인기를 누립니다. 베트남에서 아침햇살의 가격은 1.5L 기준 3,000~4,000원. 같은 용량의 코카콜라(약 680원)의 5배에 달하는 가격이지만 특유의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맛에 고소득층, 젊은 층이 아침 대용으로 찾고 있는 음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6년도에는 아침햇살이 20억병 생산을 돌파하기까지 했죠.
아침햇살의 뜨거운 인기는 대만 식품기업들이 웅진식품에 관심을 갖는 계기도 됩니다. 실제로 2019년 3월 웅진식품은 대만의 대형식품기업인 ‘퉁이그룹’에 매각됐죠. 한국에서 시작한 식품기업이 이제는 아시아 전체를 타겟으로 하는 대형기업으로 우뚝 설 기회를 얻게 된 겁니다.
사실 베트남에서는 아침햇살뿐 아니라 수많은 한국의 ‘음료’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삼육두유의 ‘검은콩 호두와 아몬드’는 베트남 두유 시장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죠. 베트남에서도 뽀통령인 뽀로로를 앞세운 뽀로로 음료, 박항서 감독 얼굴이 프린팅된 박카스 등도 모두 모두 베트남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죠. 한국 음식도 빠질 수 없습니다. 불닭볶음면, 초코파이, 라면 등이 베트남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하네요. 한국 식품과 음료 등이 워낙 인기가 높다 보니 중국업체들이 한국 매장인 것처럼 가게를 꾸며 영업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한국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겠죠.
대한민국에서 출발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식품이 된 아침햇살, morning rice! 비록 지금은 대만 기업의 상품이 됐지만 아침햇살을 개발한 것은 우리 국민이죠. 이 정도면 두 유 노 클럽에 들어가도 손색없지 않을까요? 다만 과도한 ‘국뽕’에 심취해 상황판단력이 흐려지는 지경까지 가는 건 안 되겠습니다. 나라의 자랑거리를 뽐내는 것도 좋지만 문제점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우리의 ‘국뽕’이 ‘애국심’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김한빛 인턴기자 one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