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페르 파라투스(Semper Paratus·언제나 준비돼 있다)’.
이 라틴어 문구는 지난 1915년 창설된 이래 해양경비·구조는 물론 제4군의 역할을 수행하며 국민들의 든든한 신뢰를 받고 있는 미국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의 표어이자 군가 제목이다.
아쉽게도 6년 전 해양경찰 모습은 ‘셈페르 파라투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바다에서 국민의 안전을 당연하게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알고 있던 국민들의 믿음에도 부응하지 못했다. 해양경찰은 조직이 개편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진짜 아팠던 부분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었다.
이후 해양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변화를 추구했고 구조안전 부문에 혁신을 집중했다. 신속하게 사고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신고접수를 지방청으로 일원화하고 25개 구조거점 파출소를 지정해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 구조역량 강화를 위해 현장 적합형 연안구조정을 도입하고 항공구조팀 확대, 긴급구조요원 양성 등 인프라 구축에 꾸준히 힘썼다. 그간 해양경찰이 걸어온 길은 국민들의 채찍과 질책이 쏟아지는 힘들고 더딘 길이었지만 그 길을 피하거나 돌아가지 않고 꿋꿋이 앞만 바라보며 직진해온 길이기도 하다.
그 결과 2017년 해양경찰청이라는 이름을 되찾았고 지난해에는 창설 66년 만에 조직의 근간이 되는 해양경찰법이 제정돼 올해 2월21일부터 시행됐다. 이는 해양경찰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진정 국민의 조직으로 거듭나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확신한다.
해양경찰은 현장에서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고 우리의 바다를 수호하는 기관이다. 국민들은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현장에 강한 해양경찰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만4,000명의 해양경찰 전 구성원은 맡은 바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내실화하고 선진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현장업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가장 어려운 곳에 있는 국민에게 손 내밀 수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한 해양경찰의 혁신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해양경찰은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아픈 부분이라도 가감 없이 공개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번에 시행된 해양경찰법에 따라 모든 정책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해양경찰위원회의 검증과 확인을 거쳐 추진되며 국민의 시각에 의해 평가받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바다 영토와 해양자원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해양경찰은 그간 주변국의 해양주권 침해행위를 차단한다는 수동적인 ‘배타적경제수역(EEZ) 경비체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공위성, 무인기 등 유·무인 세력을 기반으로 우리의 바다 공간 전반을 통합 관리하고 국익을 적극적으로 확보해가는 ‘해양상황인식(MDA)’ 구축에 집중해 소중한 우리 바다를 빈틈없이 지켜나갈 것이다.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일어설 수 없다’는 공자의 표현이다. 굳이 2,500여년 전 사람인 공자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금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조직은 존재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해양경찰은 뼈에 깊이 새기고 있다.
해양경찰법 시행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지금이 해양경찰이 국민에게 다시 신뢰받는 조직이 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되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해양경찰, 심지어 미국 해안경비대조차도 배울 것이 있는 세계 제일의 해양경찰이 될 때까지 우리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