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023530)이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사전청약에서 겨우 수요를 채우며 턱걸이 마감했다. 같은날 CJ대한통운(000120)에는 3배수가 넘는 자금이 몰렸다. 기업 펀더멘털과 실적 전망에 따라 시장의 쏠림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이날 2,4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4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크게 높여 투자 유인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롯데쇼핑은 이번 발행에서 역대 최대 수준인 60bp(1bp=0.0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실적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서다. 한국기업평가도 최근 이같은 매출 감소 전망을 반영해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투자를 망설이는 기관들에게 높은 가산금리를 제시하면서 시장에서 수요 확보를 간신히 달성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채안펀드도 금리밴드 중단인 40bp 수준으로 9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반면 같은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CJ대한통운은 1,500억원 모집에 4,600억원의 자금을 쓸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대 40bp의 금리밴드를 제시했지만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8bp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채안펀드도 금리 상단에서 500억원어치를 사갔다.
1·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업들의 펀더멘털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우량기업 위주로 투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특히 CJ대한통운의 신용등급은 ‘AA-’로 롯데쇼핑(AA)보다 한 노치 낮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기대감에 따른 수요가 넘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는 오리온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의 5배수를 끌어모으며 대흥행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에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라며 “우량 기업 위주로 발행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회사채 시장의 발행스프레드가 급격한 온도차를 보이면서 단기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GS리테일은 이달 총 1,400억원에 달하는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신용등급이 악화된 KCC(002380)와 이마트(139480)도 각각 2,000억원, 1,400억원에 달하는 단기자금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