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과 관련 한국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방위비 협상 관련 질문에 “그들(한국)이 우리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가 하는 것의 큰 비율(a big percentage)로 지불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공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협상과 관련 일각에서 제기된 주한미군 감축설은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협상)은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것은 그들 자신의 나라 방위에 대해 그들이 기여하는 의지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부자인 나라를 방어하고 있다”라며 “한국은 매우 부자 나라다. 그들은 텔레비전을 만들고 배를 만들고 모든 것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몇십년 동안, 80년 넘게 그들을 방어하고 있다. 한국이 1년에 10억달러를 지불하고 있다”며 “그것은 (전체 비용의) 단지 일부”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관계는 훌륭하지만 공정한 관계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8천500마일 떨어진 다른 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군대에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엄청난 서비스를 하고 있고, 우리는 서로 훌륭한 감정과 훌륭한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증액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현재 그것(협상)이 있는 지점”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꽤 조만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이 제시한 액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교가에서는 전년 대비 13% 인상 안이 거론된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당국자 2명을 인용해 한국 측이 전년 대비 최소 13%를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최고 제시액’을 내놨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7∼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던 제11차 SMA 체결을 위한 7차 회의를 거론하며 “한국이 마침내 제안을 내놨을 때 그것은 전혀 감동스럽지 않았지만, 한미간에 시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고 있던 점에 비춰 그러한 합의가 충분히 좋을 수 있다는 일정한 희망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그동안 한국은 10% 안팎의 상승률을 염두에 두고 왔다고 평가한 뒤 이달 초 한미가 실무선에서 큰 틀에서 의견 접근을 이룬 가운데 세부 조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을 당시 작년(1조389억원)보다 10∼20% 인상설이 대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에 방위비 인상을 공개요구 한 만큼 공은 다시 정부로 넘어오게 됐다. 하지만 21대 총선의 민심이 방위비 대폭 인상 대신 소폭 인상을 중시한 여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재선 과정에서 정치적 악재가 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에 최대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아 한미갈등의 불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한 당국자는 한미 간의 대치상황이 미국의 11월 대선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