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폭행과 성추행 등 군기 사고가 잇따르면서 군의 기강해이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급기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0일 올해 들어 3번째로 지휘서신을 내려 보내 군의 기강을 흩트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지난 20일 육군 등에 따르면 육군 정모(22) 상병이 상관인 여군 중대장을 야전삽으로 폭행해 군 검찰은 정 상병을 상관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정 상병은 지난 1일 오전 8시 10분께 경기 모 부대에서 중대장인 한모 대위를 야전삽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행을 당한 한 대위는 전치 2주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상병은 지난달 말 부대 내 사격장방화지대작전이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면서 작업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중대장인 B 대위는 정 상병을 불러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정 상병은 병력 통제가 너무 심하다면서 불만을 제기하다 화를 참지 못해 미리 준비해온 야전삽으로 B 대위 팔 부위를 가격했다. 이어 B 대위의 목을 조르는 등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군 내 하극상 폭행은 병사 사이에 이뤄진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병사가 고위 간부인 장교를 흉기로 폭행한 사건으로 그 심각성이 더욱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성 사병이 여성 직속상관을 폭행했다는 점에서 군 당국도 사안을 심각하게 파악하고 있다.
또 지난 15일에는 경기 모 육군 부대 소속 A 중위가 새벽 1시경 노래방에서 민간인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돼 조사를 받았다. A 중위는 당시 대대장(중령) 등 간부 10여명과 일과가 끝난 뒤 부대 밖 술집에서 회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중위 등 6명은 회식을 마치고 이동한 노래방에서 민간인 여성을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앞서 지난 14일 충청도 모 육군부대에서 남성 부사관들이 상관인 남성 장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군사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17일 새벽 경기도 모 육군부대에서는 장교가 만취 상태로 옷을 벗은 채 길거리에 누워 잠을 자다가 행인의 신고로 귀가 조치됐다. 이어 육군 장성이 관사에 닭장을 만드는 데 병사를 동원했다는 ‘갑질’ 의혹과 ‘박사방’ 공범이 현역 일병으로 드러나는 등 군 내에서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 장관은 20일 장관 지휘서신 제11호를 통해 군 내 기강 관리를 지시했다. 그는 “불합리한 부대 지휘에 의한 장병 인권침해, 상관 모욕, 디지털 성범죄와 성추행, 사이버 도박 등 군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들이 발생했다”며 “규칙을 위반하고 군의 기강을 흩트리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위반 시에는 법과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조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어떤 경우라도 법과 규정에 따른 정당한 지휘권 행사는 보장받아야 하며 동시에 장병들의 인권이 존중받는 병영문화 혁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