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입체적 사고로 코로나 위기 극복을

박원주 특허청장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다 보면 성냥개비 6개로 정삼각형 4개를 만들어보라는 문제가 나온다. 성냥개비를 놓고 요리조리 고민해보지만 대부분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성냥개비 6개를 3차원 공간상에서 정사면체 모양으로 배치하면 정삼각형 4개를 만들 수 있다. 보통의 사고에서 벗어나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공간’으로 관점을 바꾸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부족해진 중환자용 호흡기 밸브를 3D프린팅으로 제작한 것이 화제가 됐다. 새삼 주목받게 된 3D프린팅 기술도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평면적 사고’를 ‘입체적 사고’로 시야를 확장한 것에서 비롯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프린터는 2D 이미지를 단순히 평면상의 종이에 인쇄하는 방식이다. 지난 1986년 미국의 찰스 헐은 2D 단면의 얇은 층을 하나씩 적층하면 3D 물체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세계 최초로 3D프린팅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러한 입체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조적 DNA는 우리 민족에게도 풍부하게 내재해 있음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인 훈민정음,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심경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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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창조적 DNA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에서 다시금 빛을 발하고 있다. 입체적 사고로 기존의 방역체계를 혁신하면서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벤치마킹하는 ‘드라이브 스루’와 ‘워크스루’ 검사법도 그 주인공 중 일부다.

입체적 사고로 검사와 진단장소가 병원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개념인 K-방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형 워크스루인 ‘K-워크스루’는 장소의 제약 없이 검사가 가능함은 물론 검체 채취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고, 방역의 핵심주체인 의료진의 안전까지 도모했다. 감염성 질환을 빠르게 진단해 조속히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 밖에 진단키트·진단시약·자가격리앱 등도 세계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우리의 자랑거리다. 실제 한국의 진단키트는 수출을 요청한 국가가 미국을 비롯해 126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외신들의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코로나19 대응전략이 세계적 모범사례로 손꼽히며 주요국들도 한국식 코로나 전략 따라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는 ‘K-워크스루’로 대표되는 우리의 창조적 발명품들을 세계 각국과 적극 공유해나갈 계획이다. 이로써 인류의 생명을 구하고 세계 보건복지에 기여하는 동시에 브랜드K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국격도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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