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코로나 충격 수습할 경제대책, 美·유럽 따라하면 성공 못해"

2020 서울경제 라운드테이블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강연

한국, 재정건정성 급속히 악화

무제한으로 돈 푸는 것은 곤란

글로벌밸류체인 변화 대응해야

기업은 위기 견딜 유동성 확보를

21일 서울경제 주최로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0 서울경제 라운드테이블’에서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코로나19 팬데믹과 한국 경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21일 서울경제 주최로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0 서울경제 라운드테이블’에서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코로나19 팬데믹과 한국 경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습은 국가별로 편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이 내놓은 대책을 우리가 따라 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0 서울경제 라운드테이블’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한국 경제’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나라마다 처한 경제적 상황이 다른 것처럼 처방도 달라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강 교수는 먼저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가 반드시 코로나19 탓만은 아니라 점을 강조한다. 이전부터 누적된 구조적 요인이 이번 사태로 증폭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한국의 성장률은 5년 전부터 3%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2%대에 그쳤고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은 사실이지만 현 상황을 만든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다면 (정책당국이)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내수 활성화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 교수는 “교역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서, 게다가 인구가 줄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수를 통해 경제를 끌어올리기는 힘들다”며 “다른 나라와 똑같이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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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당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필요할 때 대규모로 재정지원에 나서는 것이 맞고 무제한으로 퍼주는 나라도 있지만 그건 그 나라의 얘기”라며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도 아닌, 더구나 사회보장성 지출 확대로 재정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하는 우리나라에서 ‘헬리콥터 머니’처럼 무제한으로 돈을 푸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정책권고를 통해 재정지원을 ‘적시에 대규모로 한시적이고 선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영향 중 강 교수가 특히 주목한 것은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변화다.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면서 그렇지 않아도 자국 중심의 GVC 강화를 위해 발 벗고 뛰는 미국·중국·일본·유럽 등의 행보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 교수는 “이번 충격으로 각국은 공급망의 지역화·내부화·자립화 정책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한국도 이러한 GVC의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중 강 교수가 첫 번째로 제시한 것이 ‘속자생존(速者生存)’과 능동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위기의 순간을 견딜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패러다임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의미다. 주주만이 아닌 이용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강 교수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급성장하게 된 것은 이용자들이 가진 데이터 때문이지만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며 “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이들과 함께 다 잘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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