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사우디 펀드 PIF




2018년 9월17일 오전 미국 증시에서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갑자기 2%나 급락하며 요동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원군’이었던 한 글로벌 큰손이 테슬라의 라이벌 업체인 루시드 모터스에 10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한 달 전 야심 차게 테슬라 상장폐지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경쟁 업체를 지원해 테슬라를 흔든 큰손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Public Investment Fund)였다.


PIF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국부펀드, 카타르 국부펀드와 더불어 세계를 주름잡는 오일머니 펀드다. 1971년에 설립돼 수십년 동안 사우디 정부의 공기업을 관리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러다 PIF는 2015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35)이 주도하는 경제개발위원회 소속으로 넘어간 뒤 공격적인 투자기관이 됐다. 석유에만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구조를 크게 바꾸는 경제개혁 프로젝트 ‘비전2030’의 일환이었다. PIF가 굴리는 자산은 총 3,000억달러(약 366조원) 정도로 세계 11위 국부펀드다. 이후 PIF는 세계 투자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글로벌 큰손’이 된다. 일본 소프트뱅크에 450억달러, 우버에 35억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한국의 포스코건설 지분도 38%나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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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으로 해외 투자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싼값에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달 초 네덜란드 로열더치셸 등 유럽 4개 주요 정유사 지분을 총 10억달러(1조2,000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세계 최대 크루즈 기업인 미국 카니발의 지분도 이미 8.2%를 취득했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뉴캐슬의 지분 80% 매입 작업도 진행 중이다. 언젠가는 바이러스가 퇴치되고 유가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판단해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한 것 같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수익 기대에는 고위험 가능성이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PIF를 이끄는 빈 살만의 도박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오현환 논설위원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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