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김종인 비대위 권한 얼마나 세길래…“차라리 당 해체하자”

당헌상 사실상 당대표·최고위 권한

김종인 ‘임기 무기한·전권’ 요구해

상임전국위 의결 전엔 비대위 지속

대통령 후보자 선출 때도 예외 인정

대통형 후보자 비대위가 좌지우지

보수진영 내 비판 “당 우습게 보나”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화 이후 선거에서 최대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이 결국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현 원내대표)가 23일 만나 직접 제안한다. 김 전 위원장은 수락 조건으로 기한은 ‘무기한’, 당헌·당규에 제약받지 않는 ‘전권’을 내걸었다. 보수진영 유력 정치인들은 이 같은 조건에 “차라리 당을 해체하자”며 비판하고 있다. 비대위원장이 얼마나 세길래 반발할까.



비대위원장, 당 대표 권한 쥐어

비상대책위원회는 통합당 당헌 제96조에 근거하고 있다.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 해소를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


당헌에 따르면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임명된다. 권한은 당 대표다. 비대위원장은 1인, 비대위원은 15인 이내다.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의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비대위원도 최고위원의 권한을 행사한다.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이 추천하면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임명한다. 비대위가 설치되면 당 최고 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는 즉시 해산한다.

당 대표는 당직자 인사에 대한 임면권과 추천권을 쥐고 필요한 사항은 당규로 정할 수 있다. 또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고 상임고문 및 보좌기관도 당규로 정해 구성 가능하다. 최고위와 함께 당의 주요 현안을 결정할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의 소집도 요구한다. 비대위가 꾸려지면 이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왼쪽)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체제’ 전수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힌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원 정책위의장./연합뉴스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왼쪽)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체제’ 전수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힌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원 정책위의장./연합뉴스




비대위 종료도 스스로 결정

비대위는 당 대표 궐위나 비상상황이 종료되면 해산해야 한다. 문제는 비대위 체제를 해소하려면 먼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당 대표를 뽑기 위한 정기전당대회는 2년 마다 소집되고 당헌상 올해 8월 31일에 개최하게 되어있다. 개최시기를 변경하려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비대위가 꾸려지면 비대위가 최고위 권한을 대신하기 때문에 비대위가 이 문제를 결정한다. 아니면 상임전국위원회 의결 또는 전당대회 재적대의원 3분의 1, 책임당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해야 열 수 있다. 까다롭다.



비대위가 폭주하면 어떻게 될까. 당헌 제6조의 2는 당원소환제를 규정했다. ‘당원은 법령 및 당헌·당규, 윤리강령을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해당 행위를 한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 을 대상으로 소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헌·당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비대위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 헌법도 중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제21대 총선이 치러진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이호재기자. 2020.04.16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제21대 총선이 치러진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이호재기자. 2020.04.16




대통령후보자 선출도 예외 인정

통합당 당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대통령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상임고문 제외)해야 한다. 당직을 맡을 수 없다. 차기 대통령 선거일은 2022년 3월 9일이다. 통합당에서 대통령 후보자가 되려면 올해 9월 이후에는 당직을 맡을 수 없다는 말이다. 당헌상 전당 대회도 이에 맞춰 8월 31일로 정해놨다. 그런데 비대위는 이 규정마저 예외로 인정된다. 당헌 제71조는 ‘제96조의 비상대책위원장 및 위원은 예외로 한다’고 규정했다. 즉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준하는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대통령 후보자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비대위라도 대통령후보자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전에는 사퇴해야 한다.(제 75조의 2) 그런데 당규상 대통령후보자 선거관리위원회는 최고위 의결을 거쳐 당 대표가 위촉한다. 비대위 체제에서는 이 권한도 비대위가 가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결국은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까지는 해줘야 한다”며 “대통령 임기가 2년밖에 안 남았고, 내년 3∼4월 이후부터는 대선 후보 선정 등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가 꾸려지면 통합당 차기 대통령 후보 역시 비대위가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연합뉴스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연합뉴스




보수거물등 "당 우습게 봐" 반발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 수락 조건으로 ‘무기한 전권’을 요구하자 대권후보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돌연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선거 후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했던 인사다. 하지만 22일 늦은 밤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 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가 아닌가”라며 “그럴 바엔 차라리 헤쳐 모여 하는 길이 바른 길이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최소한의 자존심 마저 버릴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충남에서 승리해 5선에 오른 정진석 의원은 심 권한대행이 비대위 체제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한 것을 두고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부산 에서 5선에 오른 조경태 의원 역시 “김종인 비대위 찬성 비율이 절반도 넘지 못 하는데, 김 전 위원장은 지금 기한 없는 비대위원장직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당 수습 차원에서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전까지만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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