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 가동 비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는 가동 비율이 60%대로 비교적 높았지만 자동차 수요 절벽이 이어지면서 협력사들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의 공장 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평균 가동비율이 29.0%(중단비율 71.0%·4월 16일 기준)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총 13개 메이커의 300개 공장 중 213개의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GM이 8개국에 보유한 총 38개 공장 중 34개 공장의 문을 닫아 가동 중단 비율이 89.5%로 가장 높았다. 다임러 벤츠는 10개국에 보유한 총 27개 공장 중 24개 공장 가동이 중단돼 가동 중단 비율 88.9%로 뒤를 이었다. 이어 FCA 85.7%, 르노 85.0%, 포드 82.8%, BMW 81.2%, PSA 76.0%, 혼다 68.2%, 폭스바겐 61.5%, 닛산 60.7%, 테슬라 50%, 도요타 46.3% 등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의 가동 중단 비율은 35.3%로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 브랜드 가운데 가장 양호하다. 코로나19 여파가 어느 정도 회복된 아시아와 달리 미국과 유럽 상황이 좋지 않아 이 지역 브랜드의 공장 가동에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쟁국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고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차와 협력사 상황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자동차산업협회는 분석했다. 중국은 주요 9개 도시에서 차량 구매 시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신에너지차(NEV) 구매보조금 및 취득세 면제 정책을 2년 연장하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 자동차 쇼룸, 중고차 주차장, 주유소, 렌트카 업체 등에 1년간 사업세를 면제하고 중소기업에 최대 2만5,000파운드(약 3,8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요인에 의한 공장가동 중단은 거의 발생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해외요인에 의해 공장가동 중단이나 판매 급감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대출한도 유지나 신규 대출확대 등을 통한 33조 규모의 기업차입 지원, 각종 세금 및 공과금 납부유예, 고용유지 지원금 확대 등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