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부자들이 금괴 쌓아둔 이유 있었네! 금값 읽는 방법 [썸 오리지널스]

BoA “금값 50% 급등해 3,000달러까지 갈 것"

골드만삭스 "최후의 통화인 금을 사라"

위기 때마다 금 찾는 사람들이 느는 까닭은?


요즘 보면 “금값이 급등했다”는 말이 참 많이 나와. 국내에선 금 시장이 만들어진 이래 사상 최고가를 매일 새로고침 했대. 해외에서도 금 시장이 도입된 지 50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1온스당 1,900달러)을 뚫을 기세야. 이게 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위기 때문이라는데, 골드만삭스도 “최후의 통화인 금을 사야 한다”고 조언할 정도였지. 왜 돈 있는 사람들은 위기 때마다 금을 찾는 걸까? 금값이 뛰고 또 하락하는 이유가 궁금해.





■BoA “금값 50% 급등해 3,000달러까지 갈 것”

달러와 금은 글로벌 경기에 따라 엎치락 뒤치락 가격이 엇갈리는 대표적인 경제 지표야. 무역 분쟁이나 군사 충돌, 재난 상황과 같은 리스크에 따라 가격이 마구 출렁거리는데 자산가들은 금과 달러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경기를 전망하곤 해. 최근 금값은 온스당 1744.80달러로 6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어. 불과 한 달 전에 비해 20% 가까이 뛴 거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비트머와 프란시스코 블랜치 등은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을 찍어낼 수 없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18개월 안에 금값이 3,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어. 금값이 이렇게 급등한다는 건 세계 경제가 무척 불안하다는 징조라는데 대체 왜 그런 걸까?

최근 금값의 폭등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례 없는 경기 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이야. 경기가 식으면 사람들은 자기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를 찾게 되는데, 금이 주식이나 채권보다 훨씬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하필 왜 금일까? 금은 매장량이 한정돼 있고 세월이 흘러도 마모되거나 썩지 않아 수천 년의 인류 역사상 가장 귀중한 화폐로 군림해 왔어. 불과 몇십년 전까지도 금은 실제 현물로 주고받는 화폐였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종이 화폐도 원래 금과 교환할 수 있는 보관증 같은 존재였대. 사람들이 은행에 가면 지폐의 양만큼 반드시 금을 지급해주는 것, 그래서 지폐의 양만큼 금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국가적 약속이 바로 ‘금본위제(Gold standard)’야. 금이 기준이라는 뜻이지.

금본위제는 1971년까지 유지됐던 글로벌 통화 정책이야. 그 중심에 미국 달러가 있었어. 제2차 세계대전 때 승기를 잡은 미국은 돈을 쓸어모아 당시 전 세계 금 보유량의 70% 이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힘이 센 미국은 ‘금 1온스(28.35g)의 가격을 35달러로 고정한다’며 금의 교환가치를 달러로 고정하는 국제 통화 정책을 1944년 발표했지(브레턴우즈 협정). 이게 바로 ‘달러 기축통화’의 시작이야.

근데 미국이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달러를 금 보유량 이상 대량 찍어내게 됐는데, 금을 못찾을까봐 불안해진 다른 나라들이 달러를 대량으로 가지고 와 금으로 바꿔가기 시작한 거야. 당시 닉슨 대통령은 결국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안 바꿔준다”고 선언해버려서 전 세계에 대혼란이 벌어졌대. 이게 바로 ‘닉슨 쇼크(1971)’. 달러가 많이 유통되니 달러 가치는 확 떨어졌고 물가가 솟구치기 시작했어.

다만 미국은 곧이어 터진 중동전쟁 때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득해 ‘원유 결제는 달러로만 한다’는 선언을 이끌어내 흔들리던 달러의 힘을 유지하는데 성공해(페트로 달러). 대단하다. 지금도 세계 무역의 절반 이상은 달러로 이뤄지고 있대.





이렇게 미국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금본위제. 그런데 금의 가치에 주목하는 이들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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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드러나면서 2011년 9월 금값은 1온스당 1,900달러를 찍었어. 역사상 최고 높은 금값이었지. 금융 불안과 위기감이 고조되자 달러에만 매달렸던 세계 경제가 다시 안전자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거야.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을 왕창 사들였어. 당시 한국은행도 이 대열에 합류했는데 2013년까지 사들인 금이 104.4톤, 금괴 1만 개에 이른대. 금은 영국의 영란은행에 위탁 보관하고 있지.

그러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에 돌아서자 금값은 크게 하락해 2016년 온스당 1,200달러 수준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어. 경기가 좋아진다면 굳이 이자도 나오지 않는 금과 같은 실물에 돈을 넣어두기보단,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금값은 다시 자연스럽게 떨어진 거야.

그러나 요 몇 년 사이 저성장, 저금리 상황이 이어진 데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보호 무역 기조가 퍼지면서 달러를 팔고 금을 사는 나라들이 다시 급증하고 있어.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미중 무역분쟁이 한창이던 2018년 한 해에 구입한 금이 총 651.5톤에 이른대. 그중 1등은 미국과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러시아(274톤 가량)!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인 중국도 미국 다음인 약 4,000톤 이상의 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때맞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 쪽에서는 아예 금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어.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가기엔 미국이 보유한 금이 턱없이 적어 현실성은 낮아 보이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트럼프 욕심도 참 대단하지?





금의 인기는 코로나19로 다시 살아났어.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안전 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데다, 각국이 경기를 띄우려고 현금을 왕창 푸는 극약 처방들(금리 인하, 국채 매입, 양적완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내놓으면서 돈 가치가 많이 떨어졌거든. 금리가 0%대인 ‘제로 금리’ 시대라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는 쥐꼬리이고, 주식에 투자하기도 불안하고, 그나마 쥐고 있던 현금 가치마저 추락하니 금에 관심 갖는 사람이 늘 수 밖에.

실제 골드바 거래량이나 골드 뱅킹(일정한 금액을 넣어두면 그만큼 금 실물을 거래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통장) 판매량이 크게 늘고 금 관련 펀드의 수익률도 들썩이고 있대. 하지만 금 투자가 생각보다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해. 이미 많이 올라서 가격대가 높아진 데다 경기회복 신호가 보이면 인기가 금세 식거든.

안타깝게도 금융 전문가들만 모인 중앙은행들도 금 투자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은행만 해도 금값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던 2011년, 금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가 평가손실로 인해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됐지.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각국이 내놓은 돈 풀기, 즉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값이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IMF는 지난 14일 올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본격적으로 찾아올 경제 위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금을 찾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아.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경제 공부를 통해 대비할 수 있어야겠지? 자 또 어떤 이슈를 공부해볼까? 댓글로 알려줘!

/강신우 seen@sedaily.com

강신우·권준구·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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