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이번 달 집 근처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다 웬만한 장 보기와 쇼핑도 온라인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나 생필품 등 급하게 살 물건이 있을 때만 집 앞 편의점·슈퍼마켓을 다녀온다. 원래 멀리 있는 맛집이나 유명 카페·베이커리 ‘순례’도 즐겼던 A씨는 최근에는 주말에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눈에 띄는 가게만 잠시 다녀오는 경우가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A씨처럼 집 근처에서 모든 소비를 해결하는 이른바 ‘홈 어라운드(Home-around)’ 소비 패턴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집 근처 상권에서의 소비는 10% 가까이 늘어난 반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소비는 20% 가까이 줄었다.
23일 롯데카드가 자사 회원 10만명을 뽑아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9일까지 4주 간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집 주소로부터 반경 500m 안에 있는 가맹점에서의 결제 건수가 1년 전보다 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00m~1km 이내에서의 소비도 0.4% 늘었다. 반면 집에서 1~3km 또는 3km 이상 떨어진 가맹점에서는 결제 건수가 각각 9.1%, 12.6% 줄었다. 이 기간 동안 사회 전반적인 소비가 줄면서 전체 오프라인 결제 건수도 6.9% 줄었는데, 그 와중에도 집과 가까운 곳에서의 소비는 늘어난 것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집에서부터 다른 이동수단 없이 걸어서 갈 수 있는 반경 1km 이내로 소비 활동의 범위가 좁혀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세부 업종별로 보면 집 근처 슈퍼마켓, 편의점, 중소형 마트에서의 결제가 큰 폭으로 늘었다. 온라인·배달 소비를 애용하는 한편 급한 물건은 동네에서 소량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인테리어·꽃집 관련 결제도 늘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관련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네 소비’ 경향은 평일보다 주말에 더 두드러졌다. 평일에는 집 근처 500m 이내에서의 소비 증가율이 7.7%였지만 주말에는 9.5%로 뛰었다. 3km가 넘는 원거리 소비의 감소폭도 평일(-9.1%)보다 주말(-19.8%)에 더 컸다. 출근·출장 등으로 인한 외출이 주말에 더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두 차례에 나눠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참여 정도는 2차 기간에 더 높아졌다. 롯데카드가 1·2차 기간의 전체 오프라인 결제 건수를 분석한 결과 2차 기간의 감소폭이 8.5%로 1차 기간(-5.3%)보다 높았다. 2차 기간에는 집 근처 소비의 증가폭도 4.6%에 그쳐 1차 기간(11.5%)의 절반 수준이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1차 기간 종료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입증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2차 기간에는 국민들 스스로 더욱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