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이 1조원대로 추산되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라임 부사장과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경찰이 전격 검거했다. 이 부사장이 붙잡힌 것은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한 지 5개월여만이다.
24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날 서울 성북구에서 이 부사장과 김 회장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후 9시경 성북구 모 빌라 앞 길가에서 김 회장을 검거했으며, 오후 10시45분경에는 빌라 내에 있던 이 부사장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수대에 검거전담팀을 편성해 통신·계좌·주변인물 등에 대해 강도높은 추적수사를 전개해 오던 중 검거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지점센터장과 라임 투자자의 대화 녹취록에서 ‘라임 살릴 회장님’으로 등장한 인물이다. 한 자산운용사와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한 다음 라임의 자산을 유동한다는 계획 등이 제시됐다. 특히 증권사 간부는 김 회장을 ‘어마무시하게 로비를 하는 스타일’로 거론해 라임 사태 진행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김 회장은 라임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1월 수원여객에서 162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라임과 합작해 수원여객 탈취 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그는 올해 초 이와 관련해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리자 출석하지 않고 도피했고, 이후 경찰은 김 회장을 추적해왔다.
또 앞선 녹취록에서는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이 14조원을 움직일 수 있는 ‘키맨’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김 회장과 김 전 행정관이 고향 친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전 행정관에 대한 수사 끝에 김 회장에게 4,9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고 라임 사태에 관한 검사 관련 정보 제공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18일 발부됐다.
이 부사장은 라임의 대체투자운용본부를 총괄 운영해온 인물이다. 이번에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메자닌펀드, 무역금융펀드 등을 모두 이 부사장이 설계·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환매 중단 사태 이후 그에 대해 펀드 운용 과정에서 수익률을 돌려막았다는 의혹과 투자 업체로부터 뒷돈을 수령했다는 의혹 등이 불거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800억원대 횡령과 관련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 이에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이 부사장의 행방을 추적하며 인터폴 적색수배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 회장을 조사한 다음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 회장이 구속되면 수원여객 관련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다음 남부지검에서 라임 사태로 다시 조사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사장의 경우 곧바로 서울남부지검으로 신병이 넘겨져 조사받을 예정이다.
한편 수사당국이 라임 사태에 연루된 다른 ‘회장님’들의 신병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부사장과 함께 여러가지 일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진 메트로폴리탄 김모 회장, 리드 김모 회장, 엔터업계 이모 회장 등이 핵심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조권형·조윤희·김기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