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고장난 性교육...아이들을 놓쳤다

성폭력예방 등 과거 방식만 되풀이

디지털 만난 신종범죄에 무용지물

10대 가담 늘고 죄질 갈수록 나빠져




직장인 최지훈(48·가명)씨는 최근 들어 초등학교 6학년 자녀가 휴대폰을 쓸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n번방’ 사건이 사회 문제도 부상하면서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의구심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기 때문이다. 최씨는 자녀에게 따로 휴대폰을 사주지 않았다. 대신 집에 본인 명의의 공용 휴대폰을 둔다. 자녀의 휴대폰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여기에 공용 휴대폰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잠금장치를 걸었으나 안심할 수만은 없다.


최씨는 “아이에게 휴대폰으로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며 “학교 성교육 교재를 봐도 제한적인 수준인데다 SNS 등 최근 문제 되는 내용도 부실하게 다뤄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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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이른바 ‘섹트(성관계 트위터)’나 ‘일탈계’ 등이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자칫 자녀들이 이로 인한 성범죄에 노출돼 피해자가 되거나 혹 가해자로 지목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들은 SNS 등 휴대폰 사용을 두고 자녀와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예민한 나이라 시도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규교육에 기대기도 어렵다. 초중고교에서 진행하는 성교육에서는 성폭력·성매매·데이트폭력만 가르칠 뿐 신종 SNS 범죄 예방교육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탓이다. 청소년 성범죄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18)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18)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해마다 늘면서 지능·첨단화되고 있으나 교육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정·교육의 부재가 청소년 성범죄 증가는 물론 죄질이 나빠지는 데도 원흉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마다 성범죄에 연루된 청소년은 증가 추세다. 법무부가 발간한 ‘2020성범죄백서’에 따르면 14~18세 성범죄자 수는 지난 2008년만 해도 1,477명이었다. 하지만 2010년 2,154명으로 2,000명선을 돌파한 지 3년 뒤인 2013년에는 3,173명까지 늘었다. 이후 2,000명선을 유지하다 2017년 3,078명으로 또다시 3,000명선을 넘었다. 게다가 죄질도 좋지 않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성범죄로 신상정보가 등록된 7만4,956건 가운데 19세 이하는 0.4%(297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중 50.2%(149건)가 강간 등 강력 성범죄다. 이어 강제추행(12.5%), 성매수(11.8%), 카메라 등 이용 촬영(9.4%) 순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청소년 성범죄가 점차 지능·첨단화되고 죄질마저 성인 범죄에 버금가는 배경에는 성교육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며 “교육부 등을 중심으로 다른 부처가 힘을 모아 제대로 된 성교육을 위한 백년대계를 만들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n번방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이들이 가해자가 되는 범죄를 근절하려면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며 “현재와 같이 각 부처가 땜질식 처방에 그쳐서는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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