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출간한 책에 대해 독자들이 ‘책 들고 미술여행을 떠나 도시와 그림을 찾아보는 재미가 크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북유럽 르네상스를 다룬 이번 6권의 출간 시기가 하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겹치는 바람에 이탈리아와 벨기에·네덜란드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양정무 교수의 저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는 정통 미술사 개설서임에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특히 책 속 그림과 여행을 함께 즐기는 독자들에게 인기였다.
5·6권에서 다룬 르네상스 미술은 양 교수의 전공인지라 책도 더 두툼하고 실하다. 그는 “르네상스는 근대의 시작이자 고대와의 연결고리를 갖는 ‘길목’ 같은 시대”라며 “르네상스는 자본주의와 떼놓고 볼 수 없는데, 관점에 따라 다른 견해가 있겠지만 상업자본주의의 시작점이 공교롭게도 르네상스 시기와 겹친다”고 설명했다. 이번 책 6권은 15세기에 상업적으로 번영해 자본이 축적된 플랑드르(벨기에·네덜란드·프랑스·독일 등에 걸친 지역)의 북유럽 르네상스와 찬란한 베네치아 르네상스를 함께 보여준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르네상스를 축으로 북유럽과 베네치아를 묶으니 자본 얘기가 추출됐다”면서 “미술사 책이지만 자본주의의 발흥기에 자본과 미술이 결합한 기원, 시장과 인간이 미술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내용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유럽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벨기에 서부도시 브뤼게를 얘기하며 큰 시장 한복판에서 누구나 볼 수 있게 높이 솟은 종탑과 시청사 등 상업이 활발하던 도시를 먼저 안내한다. 그림이 탄생한 배경을 알면 그림이 더 쉽게, 제대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슬며시 1434년에 얀 반에이크가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을 펼쳐 보인다. 당시 브뤼게에 살며 상업적으로 부를 축적한 아르놀피니 부부를 그린 것인데, 그림 뒤쪽 벽 가운데 걸린 거울에 부부 뒷모습과 화가 등이 비쳐 보여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작품이다. “이 그림 안에는 성공한 상인이 갖고 싶어 했을 법한 온갖 호화로운 ‘명품’이 즐비합니다. 뒤쪽 벽의 볼록거울은 베네치아에서 수입한 것일 테고, 침대 아래의 카펫은 멀리 동방에서, 아르놀피니 부인의 모피는 러시아에서 가져왔을 거예요. 이 그림은 초상화를 넘어 당시 브뤼게에서 거래된 상품들을 ‘종합선물세트’로 담고 있죠.” 미술이 언제부터, 어떻게 부를 상징하는 우아한 취미가 됐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갓 출간된 책을 두고도 양 교수의 관심은 이미 다음 책으로 옮겨갔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이 되기 직전인 지난 1월에 로마를 다녀왔다. 7권은 “서양미술의 난제인 교황과 미술이야기, 그리고 종교개혁”을 다루는 까닭이다. 8권부터는 근대미술을 소개해 총 10권으로 서양미술사를 갈무리하고자 한다.
장기적 목표는 ‘한국미술’에 관한 책이다. 단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먼저 쓸 계획이다.
“우리가 서양미술을 어렵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와 다른 뇌 구조에서 시작됐기 때문이에요. 서양식의 ‘미술설명 틀’과 우리 식이 다른 것인데,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렵듯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을 그들에게 납득시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미술에 관한 그들의 논리구조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한국 미술이 인류의 시각문화에 어떻게 공헌했는지, 어떻게 한국 만의 미술이 아니라 ‘세계 속의 미술’이라 불려야 하는지를 한국인의 의식과 함께 보여줘야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빈부와 격차·계층이라는 보편적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의식 저변을 흔들어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