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與 성추행 제명만으로 끝낼 일인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뒤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는 경제부시장과 정무라인 보좌관 등 13명을 면직했다. 야당 일부에서는 철저한 수사 외에 국회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윤리심판원 회의를 열어 오 전 시장 제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오 전 시장은 총선 8일 전인 이달 초 부산시의 20대 여성 공무원을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했다. 이후 피해 여성과 부산 성폭력상담소가 시장직 사퇴를 요구하자 뒤늦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주당은 그가 사퇴한 날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방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에 진정성이 있다면 오 전 시장 제명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형사처벌까지 촉구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4·15총선 직전에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표심 이탈을 막기 위해 국민들을 속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 여성이 공개사과와 사퇴를 요구하자 오 전 시장은 ‘이달 말까지 물러나겠다’는 공증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후 사퇴를 약속한 셈이다. 정가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총선 직전에 오 전 시장의 성추문을 몰랐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투표일 며칠 전에 정치공작 성격의 야당의 폭로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직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성추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살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접었고 민병두 의원은 성추행 논란으로 의원직을 사퇴했다가 두 달 만에 번복했다. 민주당은 당내 인사들의 잇단 성추문에 대해 제명이나 솜방망이 징계만 하고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제명만으로 끝낸다면 성범죄 강력 대처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