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전년대비 16.4% 증가한 221.2조원으로 최초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퇴직연금은 양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평균수익률은 1.76%에 불과하며,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 5.45%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이처럼 퇴직연금 수익률이 부진한 이유는 저금리 상황임에도 원리금보장형(89.6%)에 편중되어 있고 실적배당형(10.4%) 비중은 낮기 때문이다. 고금리 시대에는 원리금보장형으로도 자산증식이 가능하지만, 저금리 환경하에서는 원리금보장형 상품만으로는 자산증식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인하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원리금보장형에 편중되어 운용하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과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금리를 경험한 선진국 퇴직연금은 주식 · 채권 · 대체투자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2018년말 기준 글로벌 연금자산 상위 7개 국가의 자산배분은 주식(40%), 채권(31%), 대체투자(26%)의 순이었다. 특히, 미국의 401(k) 퇴직연금의 자산배분 비율은 주식형펀드(43.5%)의 비중이 가장 높고, 다음이 타깃데이트펀드(21.3%), 채권형펀드(8.2%) 순으로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2019년말 자산배분은 국내채권(43.8%)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해외주식(22.6%), 국내주식(18.0%), 대체투자(11,5%)의 순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10년간 채권투자 비중은 줄이고, 주식 및 해외투자 비중은 확대하였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펀드에서 투자할 수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는 ‘펀드’가 잘 알려져 있지만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가 가능하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글로벌 주가지수가 30%이상 급락해 최근 개미투자자들 사이에 ETF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ETF는 주식처럼 직접 실시간으로 매매 가능하며, 펀드보다 결제기간이 짧고 거래비용도 적게 들어 잘 활용하면 연금자산 증대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미국·중국·인도·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의 주가지수 기초자산 ETF를 제공하고 있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펀드 가입자들은 최근 글로벌 증시 하락을 투자기회로 활용하여 선진국 퇴직연금처럼 자산의 40%를 국내외 주가지수 기초자산의 ETF에 장기 투자하면 연금자산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투자경험이 많지 않거나 직접 ETF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은 운용자산의 절반 이상을 ETF에 분산 투자하여 변동성이 적은 EMP펀드(ETF Managed Portfolio)에 간접 투자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ETF투자시 유의사항은 ETF의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의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하는데 괴리율이 높은 종목은 고평가 되어 있어 투자를 피하는 것이 좋다. ETF의 벤치마크 지수가 ‘원자재 선물’인 경우 일일 가격제한폭이 없고 선물 롤오버 비용발생으로 변동성이 클 수 있으므로 투자에 유의를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퇴직연금은 ‘원자재 선물 ETF’ 투자는 허용하지 않고 ‘원자재 생산기업 ETF’ 투자는 가능하다. 또한 해외지수 기초자산의 ETF는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환헷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