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 합격땐 대학 포기' 악순환 끊나

소방직 등과 달리 임용 미룰수 없어

'대학 자퇴→방통대 입학' 되풀이

21대 국회서 임용유예 도입 추진

지난해 8월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제296기 졸업생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8월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제296기 졸업생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 김모(20)씨는 순경 공채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일찌감치 대학생활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경찰은 다른 공무원 직군과 달리 임용유예제도가 없는 탓에 시험에 합격하면 사실상 임용과 함께 다니던 대학을 그만둬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남들처럼 4년의 대학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면서 “임용 후 경력이 쌓이면 방송통신대로 편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경찰에 임용된 뒤 학업을 포기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경찰이 대학생 합격자를 대상으로 임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 검토로 공론화가 이뤄진 지 4년 만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금배지를 단 경찰 출신 당선자들 대다수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오는 6월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법안이 처리될 경우 빠르면 올해 하반기 발표되는 합격자들부터 임용유예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은 경찰공무원 임용유예제도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한 경찰청 차장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호선 당선자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퇴직 전 민갑룡 경찰청장과 함께 임용유예 문제를 논의했다”며 “대학생 합격자의 경우 중앙경찰학교 입교를 졸업 이후로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받은 만큼 조만간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경찰은 학업에 따른 임용유예가 인정되지 않는다. 일반공무원을 포함해 소방공무원들도 학업, 군 입대, 임신·출산 등의 사유로 2년까지 임용을 미룰 수 있지만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경찰만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물론 교육연수를 이유로 최대 2년간 휴직계를 낼 순 있지만 임용된 지 얼마 안된 경찰관 입장에서는 상관의 눈치가 보여 사용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올해로 순경 2년 차인 이모씨도 다니던 대학에 휴학계를 낸 뒤 자퇴를 미뤄오다가 결국 학업을 중단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경찰 승진심사 시 학사 학위 소지자는 가점을 받을 수 있어 임용을 위해 학업을 접은 경찰관들이 다시 학위를 따려고 방통대에 입학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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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찰은 경찰공무원법을 개정해 채용후보자 명부의 유효기간 산정기준을 수정한 뒤 임용유예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초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 내 처리가 어려워진 만큼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률개정안을 통해 채용후보자 명부 유효기간을 수정한 뒤 대통령령에 임용유예조항을 삽입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을 재발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 출신의 21대 총선 당선자들도 임용유예 도입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3선의 윤재옥 미래통합당 의원은 “사회적 상식수준에서 경찰도 다른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며 “경찰 채용인원도 대폭 늘어나 과거처럼 치안 공백을 우려할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도 “경찰 개인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그에 맞춰 경찰에게 요구되는 지식과 역량도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며 “임용 유예로 인한 학습권 보장은 경찰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채용인원은 2018년 3,599명에 이어 2019년 3,706명, 올해 5,825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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