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검사하는 한국산 진단키트가 수출길을 활짝 연 가운데 이번에는 병원에서 필요한 ‘K-방호복’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병원에서 방호복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국내 섬유기업과 연구기관이 손잡고 기존 부직포를 대체하는 방호복 소재를 개발해 미국 수출길을 첫 개척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텍연구원은 스타트업인 패브릭타임과 함께 부직포를 대체하는 ‘레벨3’ 수준의 방호복 직물원단 50만 야드(457.2㎞)를 미국 뉴욕주에 있는 병원복 제작 기업에 수출을 완료했다. 첫 수출금액은 15억원이다. 다이텍 관계자는 “부직포 가격이 계속 올라 부직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원단으로 방호복을 만들어 수출한 첫 사례”라며 “부직포가 아닌 직물원단인 만큼 세탁 후 재사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직물원단은 미국 방호복 기준 최고 단계인 ‘레벨4’ 수준의 인공혈액침투저항성 시험도 통과한 상태여서 앞으로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패브릭타임은 동대문 원단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온라인 플랫폼(스와치온)을 통해 해외 패션 디자이너에게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미주와 유럽 등 58개국 해외 패션 디자이너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뉴욕주 병원복 제작 기업에서 패브릭타임측에 지난달 29일 급하게 원단 개발을 요청했고 패브릭타임이 다이텍과 함께 대체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이번 수출은 생산자와 바이어가 직접 만나 샘플을 확인하고 테스트를 하는 기존 수출 방식과 달리 ‘비대면 수출’로 이뤄졌다. 계약에서부터 납품까지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대구에 위치한 다이텍은 섬유 염색에서부터 가공과 신섬유 기술개발 등을 전문으로 하는 국가연구기관이다. 이도현 다이텍 본부장은 “짧은 시간에 미국의 기업이 원하는 까다로운 수준의 대체원단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이텍이 2013년 섬유소재종합솔루션센터를 개관하는 등 일찍부터 테스트베드와 데이터관리에 투자해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센터 내에 소재정보은행을 설립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각종 섬유 소재에 관한 정보를 모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자체 시물레이션을 통해 대체소재 결과물에 대한 성능 확인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국내 특정기업이 생산할 수 있는 A소재의 물성은 물론 방호복을 생산했을 때 품질이 어떤지, 생산 단가는 어느 정도 되는지 등을 소재정보은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소재은행은 각국의 섬유원단 관련 시험규격 정보도 확보하고 있어 대체소재가 해당 수출 국가의 시험규격을 통과할 수 있는지 여부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다이텍은 1차 납품을 시작으로 ‘K-방호복’ 수출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1차보다 10배 정도 늘어난 500만 야드 규모의 2차 납품 계약을 미국·영국 기업과 진행 중이다. 이 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방호복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12개국 관련 기업과 직물원단 방호복 샘플을 주고 받는 등 수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주문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국내 기업과 공동생산 납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