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파타파타

ㅇ



중독성이 강한 노래는 대개 따라부르기 쉽고 멜로디가 반복된다. 자기도 모르게 가볍게 몸을 흔들고 싶은 리듬도 겹쳐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리엄 마케바가 1967년에 불러 인기를 끈 ‘파타파타’가 딱 그런 노래다. 아프리카에서 쓰는 젬베 비슷한 북이 묘한 감흥을 일으키며 일정한 리듬을 맞춰주면 마케바는 과하지 않은 몸짓과 함께 파타파타를 흥얼거린다. 노래를 듣다 보면 몸은 저절로 리듬을 찾아가고 입은 곧바로 파타파타를 따라부른다. 파타파타(pata pata)는 ‘만져 만져(touch touch)’라는 뜻을 가진 아프리카 코사족의 언어다.


마케바는 ‘마마(Mama) 아프리카’로 불리는 유명한 가수이자 반(反)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흑인차별정책) 활동을 벌인 인권운동가다. 그는 수많은 노래를 히트시켰고 고국의 흑인 인권탄압 중단을 외쳤다. 남아공 정부는 그의 여권을 없애고 귀국을 막아 30년 동안 미국과 유럽 등을 떠돌아다니게 했다. 1963년 그가 유엔에서 아파르트헤이트 관련 증언을 하자 국적을 없애기까지 했다. 그의 망명생활은 1990년 남아공의 대표적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가 석방되면서 비로소 끝났다.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 죽는 게 가장 큰 영광이라고 했던가. 마케바는 2008년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에서 열린 공연에서 정해진 노래를 모두 부른 직후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만델라는 “사랑하는 미리엄의 죽음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의 음악은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희망을 불러일으켰다”고 애도했다.

관련기사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마케바의 대표곡인 ‘파타파타’를 코로나19 감염증 방역을 위한 노래로 개사해 아프리카 전역에 보급한다고 밝혔다. 노래 제목이 ‘노(no) 파타파타’가 됐으니 ‘만지지 마’ 정도의 뜻이 되겠다. 원곡 뒷부분에는 마케바의 랩이 나온다. “여러분, 토요일 밤이에요. 파타파타 시간이에요. 음악은 아침 해가 빛날 때까지 밤새 계속될 거예요.” 개사된 파타파타는 이 부분이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만지지 않는 시간이에요. 바이러스는 우리가 없앨 수 있어요”로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요즘 집에서 이 노래를 틀어놓고 엉덩이를 살짝살짝 흔들어보면 어떨까. /한기석 논설위원

한기석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