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기 위해 27일 다시 광주법정에 섰다. 지난해 3월11일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한 지 1년여 만이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전씨는 이날 낮 12시 19분께 광주지법에 도착해 승용차에서 내려 경호원이 내민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걸어갔으나 특별히 거동이 불편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하게 해달라고 신청한 부인 이순자 여사도 함께 이동했다. 전씨는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건물로 들어갔다. 취재진은 전씨에게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물었으나 전씨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경호원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지난해 3월 첫 재판 당시 경호원의 제지를 받던 취재진이 그를 향해 손을 뻗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왜 이래”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씨가 법정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복을 입은 5·18 관계자들은 정문에서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5·18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과 ‘5월의 노래’ 등을 부르며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동안 전씨 측 변호인은 헬기 사격이 사실이더라도 전씨가 일부러 이를 모른 체하고 조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지칭한 고의성이 없다는 것과 헬기 사격은 ‘논쟁적인 사안’으로 전씨의 회고록의 헬기 사격 부정은 개인의 표현 자유 영역이라는 논지를 펴고 있다. /광주=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