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총선 압승 계기로 개헌 밀어붙일 건가

4·15총선 후 불과 2주일 만에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5선에 성공한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21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꼭 필요하다”며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고 책임총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총리도 이날 인터뷰에서 여야 합의를 전제로 했지만 “개헌은 앞으로 1년이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야권 개헌론자도 움직이고 있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24일 한 토론회에서 “행복한 대통령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권력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권력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직 군불 때기 단계지만 총선 압승에 취한 여당이 개헌을 밀어붙이고 여기에 권력분산을 노리는 야당 개헌파가 가세할 경우 찬반 논쟁으로 인한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 이 과정에서 야당이 쪼개져 견제 기능이 무력화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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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개헌 논의에 불이 붙어 여권이 토지공개념 강화 조항 삽입을 시도할 경우 헌법가치는 훼손되고 국론분열도 심해질 수 있다. 여권은 현 정부 초기부터 부동산 문제의 해법으로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자고 주장해왔다. 2018년 3월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에는 토지공개념 규정이 들어 있다. 당시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그대로 남겨둔 ‘자유’ 문구 삭제를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를 의식해 헌법 3조의 대한민국 영토 조항을 손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 민의는 국력을 결집해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하라는 것이다.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여당은 개헌 운운할 때가 아니다. 여당이 힘자랑을 하면 과거 과반 의석을 얻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을 밀어붙이다가 국민들에 외면당한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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