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인스타·혼밥' 공감의 무대, 웃음·위로를 주다

■뮤지컬 '차미'

SNS '되고픈 나'와 마주한 취준생

기발한 설정으로 재미·감동 전해

■연극 '1인용 식탁'

직장내 왕따의 '혼밥 학원' 체험기

개인-집단 관계속 소외·공존 조명

공감가는 소재와 신선한 설정이 돋보이는 뮤지컬 ‘차미’(왼쪽)와 연극 ‘1인용 식탁’/사진=PAGE1, 두산아트센터공감가는 소재와 신선한 설정이 돋보이는 뮤지컬 ‘차미’(왼쪽)와 연극 ‘1인용 식탁’/사진=PAGE1, 두산아트센터



‘인스타’와 ‘혼밥’은 현대인의 삶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확산은 공간의 제약을 넘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했지만, 작은 정방형 사진과 영상 속엔 그저 멋지고 맛있고 행복한 이른바 ‘있어빌리티(남들에게 있어 보이게 하는 능력을 뜻하는 신조어)’만 넘쳐난다. 개인주의 혹은 인간소외의 가속화로 ‘나 혼자 한다’를 외치지만, 혼밥 앞에서는 주눅이 들고 테이블 구석을 찾아 앉기 일쑤다. 내 마음보다는 타인의 시선과 그들의 생각이 앞서는 삶, 오늘날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고 경험해봤을 법한 인스타와 혼밥에 대한, 관객의 공감을 두드리는 두 개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공감은 기본이요 기발한 설정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뮤지컬 ‘차미’와 연극 ‘1인용 식탁’이다.

■SNS 속 나와 현실의 나의 경쟁 ‘차미’

현실의 나와 SNS 속 내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차미’/사진=PAGE1현실의 나와 SNS 속 내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차미’/사진=PAGE1


SNS 속의 한껏 포장한 내가 현실에 나타난다면? 뮤지컬 ‘차미’는 이 유쾌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평범한 취준생 ‘차미호’는 현실보다 SNS 세상에 열중한다. 보정으로 만들어낸 멋지고 아름다운, 늘 행복한 ‘차미’를 통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차미가 실제로 눈앞에 나타나면서 ‘현실의 나’와 ‘되고 싶은 나’의 생존 경쟁이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뻔한 메시지는 기발한 설정 위에 허를 찌르는 병맛 개그, 팝부터 록·랩국악· 탱고 등 장르를 넘나드는 중독성 강한 넘버, 영상을 활용한 간결한 무대 등 신선한 연출과 만나 특별함을 입는다. 극 중 채만식의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 자신과 똑 닮은 진짜와 가짜가 싸우는 ‘옹고집전’이 중요 소재로 등장해 이야기로의 몰입을 높였다. 진정 나를 아는 사람의 마음보다 무수한 타인이 눌러주는 ‘좋아요’를 갈구하는 삶. 그 안에서 진짜 나는 살아남을 것인가, 사라질 것인가. 4년의 제작 과정이 헛되지 않은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의 탄생이다. 7월 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직장내 왕따의 혼밥 학원 체험기 ‘1인용 식탁’

관련기사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싶지만, 현실은 ‘왕따 혼밥러’인 주인공이 혼밥 학원에 다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연극 ‘1인용 식탁’/사진=두산아트센터직장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싶지만, 현실은 ‘왕따 혼밥러’인 주인공이 혼밥 학원에 다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연극 ‘1인용 식탁’/사진=두산아트센터


밥 먹는 방식만의 문제이랴. ‘각자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자’는 대주제로 확장하기에 혼밥 만큼 공감을 사기 좋은 소재도 없을듯하다. 개막을 앞둔 연극 ‘1인용 식탁’은 직장 왕따의 혼밥 학원 체험기를 통해 ‘다름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직장생활 9개월 차인 오인용은 매일 혼자 밥을 먹는다. 회사 사람 그 누구도 함께 먹어주지 않아서 시작된 혼밥 인생, 외로운 그의 삶에 ‘혼자 먹기의 고수로 만들어주겠다’는 학원이 등장한다. 2000년 발표된 윤고은의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을 둔 이 작품은 원작 속 기발한 아이디어를 무대 위로 생생하게 옮겨냈다. ‘직원과 눈 마주치지 않기’, ‘맞은편 의자에 옷이나 가방을 올려두기’ 같은 조언은 물론이요, 학원 수료를 위한 마지막 시험이 ‘고깃집 혼밥 완수’라는 설정에서 터지는 웃음은 2020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원작과 무대 사이에 존재하는 10년의 시대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연극에서는 ‘관계’에 무게를 실었다. 이기쁨 연출은 “소설이 나온 10년 전만 해도 혼밥이 낯설고 그 자체만으로 신선한 소재였지만 지금은 이미 익숙한 단어”라며 “개인과 집단의 관계, 존중과 공존에 대한 고민을 더 드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출연 배우들은 실제로 식당에서 혼자 먹기에 도전하고, 때로는 ‘1인 식사 불가’라는 거절도 당해가며 작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인용은 남들의 시선을 극복하고 그 어렵다는 고깃집 혼밥에 성공할 수 있을까. 5월 6~23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사전예약에 한한 무료공연으로 만날 수 있다.


송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