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 대한 경찰과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의 2차 합동 감식이 근로자의 날인 1일 진행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 불이 난 지하 2층, 지상 4층짜리 건물인 물류창고 B동에서 합동 감식을 벌였다.
전날 6시간에 걸쳐 진행된 1차 감식에서는 건물 내부 바닥에 화재 잔해물이 가득 쌓여있어 이를 제거하는 작업이 주로 이뤄졌다.
또 건물 내부를 관찰한 결과 불에 탄 형태 등에 미뤄볼 때 애초 예상처럼 지하 2층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날 2차 감식은 지하 2층을 중심으로 남아있는 잔해물을 마저 치우고, 불이 시작된 지점과 화재 원인, 최초 폭발을 일으킨 화원(火原) 등을 규명하는 데 집중됐다. 하지만 지하 2층 내부가 불에 심하게 탄 상황이어서 불이 시작된 지점은 특정되지 않았다.
화원일 가능성이 제기된 용접·용단 등 불꽃작업의 흔적 또한 같은 이유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화재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이번 감식에서는 산소용접기·산소절단기와 전기톱을 비롯한 공구류 13점이 수거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분석할 예정이다.
수거된 공구류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화재 원인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감식은 지하층에 집중된 1차 감식과 달리 건물 전체에서 이뤄졌으며, 희생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와 안경 등 유류품 12점도 발견됐다.
정요섭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은 “뼈로 보이는 것도 수거해 정확한 확인을 위해 국과수에 보낼 예정”이라며 “일단 내일은 감식 일정이 없지만 향후 수사 진행 과정에 따라 필요할 경우 추가 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 현장에서도 우레탄을 창고 벽면 등에 주입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우레탄은 주입하는 과정에서 성분이 서로 분해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최고 섭씨 200도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있으며, 유증기를 발생한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2분께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폭발과 함께 불길이 건물 전체로 확산해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