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 여성의 췌장 β세포 기능 향상은 적어도 출산 3년 6개월 뒤까지 장기간 이어져 당뇨병 예방 효과를 발휘했다.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장학철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팀(논문 1저자 문준호·김형석 박사)은 모유 수유가 산모의 당뇨병 발생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 의학 저널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영향력지수 17.16)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임신성 당뇨병 산모 184명 가운데 젖을 먹인 85명의 수유 1시간 뒤 혈당은 모유를 먹이지 않은 산모군(99명)에 비해 평균 20㎎/㎗가량 낮았다. 젖을 먹인 산모들의 췌장 β세포 기능과 포도당 대사능력은 출산 3년 6개월 뒤까지도 모유 수유를 안 한 산모보다 나았다.
장 교수는 “모유 수유가 포도당 대사 능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장기간 지속돼 수유가 끝난 후에도 당뇨병 예방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새끼를 낳은 뒤 젖을 먹인 실험용 생쥐와 그러지 않은 생쥐를 비교분석했다. 젖을 먹이는 생쥐는 3주 뒤 췌장 β세포의 양이 늘고 혈당조절 능력(내당능)도 개선됐다. 이런 효과는 4개월까지 유지됐다.
연구팀은 임신성 당뇨병 산모와 생쥐 연구를 통해 모유 수유 산모는 뇌하수체가 젖 분비 호르몬(프로락틴)의 농도를 증가시키고, 증가한 프로락틴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β세포를 자극하고 신경전달물질이자 항산화 기능을 하는 세로토닌 합성을 유도했다. 그 결과 β세포의 양이 늘어나고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며 β세포 내 활성산소가 줄어들었다. 활성산소는 세포 내 호흡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는데 불안정해 세포 내 구조물의 손상과 다양한 세포 기능이상을 초래한다.
공동연구팀을 이끈 김 교수는 “모유 수유가 산모의 대사를 개선하는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모유 수유에 의한 베타세포의 기능 향상은 임신·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당뇨병 발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산모들은 평균 임신·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전체의 10% 이상이 임신성 당뇨병에 걸리고 그중 절반 이상은 출산 후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당뇨병은 심혈관·뇌혈관·신경·망막 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임신부 ‘임신성 당뇨’ 발병 16배↑
임신을 하면 태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의해 인슐린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당뇨병이 없던 임신부의 5~10%에서 임신 20주 이후에 혈당 조절이 안 되는 임신성 당뇨가 발생해 임신부 비만과 출산 후 당뇨병 발병, 거대아 출산 위험이 높아진다.
앞서 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서울여성병원 공동연구팀(박중신·김원·이승미·구자남)이 쌍둥이를 뺀 단태아 임신부 608명을 조사했더니 임신 24~28주에 5.9%(36명)가 임신성 당뇨였다. 특히 지방간 임신부의 임신성 당뇨 발병률은 52.8%로 지방간이 아닌 임신부 발병률(3.2%)의 16.5배나 됐다. 임신성 당뇨 여성은 정상 임신부에 비해 임신 초기 공복혈당·혈압 등이 높고 허리둘레가 더 컸다. 거대 신생아 출산율도 높았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아디포넥틴, 항산화 작용을 하는 셀레노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대사 기능장애를 일으킨다. 임신성 당뇨 여성의 임신 초기 아디포넥틴 평균 농도(1.95㎍/㎖)는 정상 임신부의 3분의1, 셀레노 단백질 농도(10㎍/㎖)는 1.7배 수준이었다. 연령, 허리둘레, 혈압, 인슐린 저항성 수준의 차이를 보정했더니 아디포넥틴과 셀레노 단백질 농도는 임신성 당뇨 위험을 4~5배까지 높이는 요인이었다.
박중신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임신성 당뇨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임신 초기(10∼14주)에 아디포넥틴과 셀레노 단백질을 측정하는 간단한 혈액검사를 받는 게 발병 위험 예측에 도움이 된다”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다면 임신 전후 식단관리 등을 통해 비만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간에 지방이 5% 이상 쌓인 지방간 질환자다. 대부분은 비만·당뇨병·고지혈증 등 다른 질환과 관련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서구형 식습관과 비만, 간 질환 가족력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