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혼밥도 개인의 삶의 방식,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직장 왕따의 혼밥 학원 체험기…연극 ‘1인용 식탁’

이기쁨 연출 “개인과 집단의 관계·공존의 이야기로”

사각 링 위의 권투 경기로 혼밥 표현 신선한 설정

6~23일 개막…사전예약자 대상 무료 공연으로

연극 ‘1인용 식탁’ 이미지/사진=두산아트센터연극 ‘1인용 식탁’ 이미지/사진=두산아트센터



“수업은 단계별 수업이에요. 먼저 필기시험이 있는데 이건 극히 상식적인 수준으로, 무난하게 통과 가능하시고요. 필기 끝나면 스무 시간의 기능 시험이 있는데, 이 기능 시험이 5단계로 나뉘고요. 열 시간의 실전 테스트까지 성공하면 수료증이 발급됩니다. 보통 수강생의 15% 정도가 수료하죠.” (윤고은 ‘1인용 식탁’ 중)

뭘 가르치기에 수업 절차는 이리 까다롭고 수료율은 바닥일까. 고난도 자격증 준비반을 떠올린 이들에겐 다소 황당할 수 있으나 이곳의 정체는 바로 ‘혼밥 학원’이다. 맞다. 당신이 아는 바로 ‘혼자 밥 먹는’ 그 혼밥의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이다. 독특한 설정으로 2010년 출간 당시 화제를 모았던 윤고은의 단편소설 ‘1인용 식탁’이 연극으로 관객과 만난다. 출간 후 10년이 지나 혼밥 문화가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고 타임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공감의 이야기는 무대 위에서 어떻게 그려질까. 연극의 연출을 맞은 이기쁨 창작집단 LAS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연출 방향을 들어봤다.


연극 ‘1인용 식탁’은 직장 왕따의 혼밥 학원 체험기를 그린다. 직장생활 9개월 차인 오인용은 매일 혼자 밥을 먹는다. 회사 사람 그 누구도 함께 먹어주지 않아서 시작된 혼밥 인생, 외로운 그의 삶에 ‘혼자 먹기의 고수로 만들어주겠다’는 학원이 등장한다. ‘직원과 눈 마주치지 않기’, ‘맞은편 의자에 옷이나 가방을 올려두기’ 같은 조언은 물론이요, 학원 수료를 위한 마지막 시험이 ‘고깃집 혼밥 완수’라는 설정에서는 공감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관련기사



이 연출은 이번 무대를 통해 “내 삶의 방식 자체로 인정받고 존재할 수 있는 사회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혼자 밥을 먹든 둘 셋이 함께 먹든 자기 기준으로 남을 재단할 필요도, 그런 시선에 기죽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사실 소설이 나왔던 10년 전 혼밥에 대한 시선은 2020년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혼밥, 혼술, 혼영 같은 ‘나혼자 한다’ 문화가 확산한 탓이다. 원작과 무대 사이에 존재하는 10년의 시대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이 연출은 ‘관계’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소설이 나온 10년 전만 해도 혼밥이 낯설고 그 자체만으로 신선한 소재였지만 지금은 이미 익숙한 단어”라며 “연극에서는 개인과 집단의 관계, 존중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드러내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연출은 혼밥을 복싱으로 표현한 원작의 설정도 무대에 생생하게 그려내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취미로 복싱을 즐긴다는 그는 “혼밥을 사각의 링에 홀로 서서 관중의 시선을 맞는 권투 선수에 빗대어 그 과정을 리듬감 넘치게 표현한 게 좋았다”며 “그 덕에 이야기의 형태적인 부분을 빠르게 구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출연 배우들은 실제로 식당에서 혼자 먹기에 도전하고, 때로는 ‘1인 식사 불가’라는 거절도 당해가며 작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인용은 남들의 시선을 극복하고 그 어렵다는 고깃집 혼밥에 성공할 수 있을까. 5월 6~23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사전예약에 한한 무료공연으로 만날 수 있다.


송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