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난해 말 4·15총선 불출마 결정 비화를 소개하며 그의 정계 복귀를 촉구했다. 박 전 대변인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종석의 피한방울’이라는 글을 올려 “총선이 정리되가는 시점에서 크진 않지만 나름대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만한 사실을 소개하고 개인적으로 임 전 실장을 칭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 조문을 위해 부산을 방문했지만 유족 뜻에 따라 발길을 돌렸던 지난해 10월30일을 ‘그날 밤’이라고 지칭하며 “그날 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주제들로 밤새도록 이어졌다. 당연히 총선승리가 관건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변인은 두 가지 이유로 임 전 실장에게 총선 불출마 선언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언론의 프레임이 586과 청와대 출신들에게 맞추어져 가고 있다”며 “‘586 용퇴’와 ‘청와대 참모 과다출마’가 포인트가 될텐데 실장님은 이 두 가지 프레임의 맨 앞에 서 있습니다. 586과 청와대 참모들이 이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그 문을 열어줄 역할이 실장님께 책임처럼 주어져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실장님을 내려놓는 것이 소명에 충실할 뿐 아니라 실장님의 미래를 여는 길”이라며 “그는 충격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 쿨하게 들어줬다. 그의 결단으로 586도 청와대 참모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그들의 길을 갈수 있었고 21대 국회에 19명의 청와대 참모들이 국회의원 당선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던 그날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며 “나는 지금도 그를 생각할 때 ‘형! 저 잘했지요?’라는 말과 웃음소리가 가슴 속에서 공명처럼 울림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전 대변인은 임 전 실장의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선언은 총선 불출마에 한정된 것이라며 정계 복귀를 요청했다. 그는 “민간 영역에서의 통일 운동은 정부 영역이 경색될 때 이를 풀어낼 수 있는 소중한 통로이고 자산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그다운 비전이다”라며 “그러나 민간영역이라 하더라도 남북 문제는 본질적으로 정치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말은 우리가 그날밤 나눈 대화의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총선불출마’라는 피 한방울의 헌혈이었으면 충분하다”며 “나는 그가 말한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것은 ‘총선불출마’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정치의 영역은 넓다”고 당부했다. 또 “이 글을 쓰는 어떤 정치적 이유도 없고 정치적 해석을 할만한 수준의 내용도 아니므로 여러 말들을 붙이는 것을 정중하게 사양한다”고 덧붙였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공식적인 선거대책위원장 직함을 맡진 않았지만 전국을 다니며 후보들을 지원 유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