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둘러싼 과거 친여(親與) 인사들의 구명활동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는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중대 비위 혐의를 확인하고도 여권의 이른바 ‘유재수 살리기’에 따라 감찰을 위법하게 중단시켰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이에 반해 조 전 장관 측은 “감찰은 중단이 아닌 종료다. 비위 사실에 상응하는 감찰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양측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유 전 부시장 감찰을 담당했던 이 전 특감반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열린 조 전 장관 등의 첫 공판에서 “(유 전 부시장) 문답 조서 작성 전후로 유 전 부시장 구명활동으로 심적 압박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특감반장과 함께 해당 사건 피고인 가운데 한 명인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도 같은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첫 공판 시작과 동시에 재판정에 올려진 의혹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이다. 조 전 장관 등이 지난 2017년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중대한 비위 혐의를 확인하고도 특감반의 감찰을 위법하게 중단시켰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도 그 근거로 이 전 특감반장의 진술을 제시했다. 이 전 특감반장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비서관이 청와대 행정관에게도 연락을 받고 수석님(조 전 장관)께 많은 전화를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압박을 느껴 특감반장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이 전 특감반장은 ‘압박한 청와대 행정관이 누구냐’는 검찰 질문에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거론했다. 그는 과거 검찰에서 “천 행정관이 ‘유 전 부시장은 우리 편이다. 유 전 부시장이 살아야 우리 정권이 산다.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유 전 부시장을 날리는 건 부담’이라는 얘기를 공격적으로 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특감반장은 이날 공판에서도 이 진술 사실을 인정하며 “(당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 감찰 당시 천 선임행정관 등을 비롯해 청와대 안팎의 주요 인사들이 민정수석실을 상대로 ‘유재수 구명운동’을 벌였다는 게 검찰이 수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유 전 부시장 비위 내용에 대한 박 전 비서관의 보고에 대해 당시 민정수석인 조 전 장관이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온다. 백원우 비서관과 처리를 상의해보라”고 지시하자 백 전 비서관이 “참여정부 인사들이 유재수가 자신들과 가깝고 과거 참여정부 당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니 봐달라고 한다”는 취지의 청탁을 조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이날 공판에서 각종 혐의를 적극 부인하며 검찰 주장에 맞섰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은 감찰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비위 사실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라고 한 것이 전부”라며 “감찰도 ‘중단’하게 한 게 아니라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량권 남용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조 전 장관의 행위가) 어떻게 직권남용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 전 비서관 측 변호인도 “(백 전 비서관은) 감찰 종료라는 정무적 의견을 제시했고 박 전 비서관과도 합의해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감찰을 종료하는 것으로 감찰반원에게 전달했다”며 “이것을 직권남용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 측 변호인 또한 “유 전 부시장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제수사권이 없는 특감반은 감찰을 더 진행할 수 없었다”면서 “유 전 부시장 감찰 개시와 종료는 조 전 장관의 최종 결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비서관은 권리행사방해의 주체가 아닌 객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