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고용보험이 1차 고용안전망이라면 국민취업지원제도는 2차 고용안전망”이라고 말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과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별개의 정책으로 분리한 셈이다.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전 국민 고용보험의 ‘기초’를 놓겠다고 했지만, 기초를 놓는 일부터 재정건전성·근로자성 등의 논란이 불가피한 만큼 섬세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날 국회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는 다음날 고용노동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정부가 제출한 ‘구직자 취업 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정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주된 논의 대상이다.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 통과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중위소득 50% 이하의 18~64세(18~34세는 120% 이하)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월 50만원씩 6개월간 주는 방안이다. 일부 자영업자를 제외하면 근로자만 혜택을 보는 고용보험과 달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 지원이라는 목표에 맞으며 전액 국비(올해 예산 6,730억원)로 충당되므로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보다 논란이 적다.
문제는 국민취업지원제도와 고용보험법 적용 대상 확대가 별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언급한 ‘전 국민 고용보험’의 정의가 모호한 탓에 일각에서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전 국민 고용보험의 일부로 보고 일단 전자를 통과시킨 후 추이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굳이 고용보험법을 손대지 않더라도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지원한다는 목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고용보험과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단계를 분리하면서 고용보험 확대 역시 이 정부 내에 추진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기 내에 고용보험 확대의 초석을 놓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고용보험 확대는 노사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일단 한 의원이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기본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재보험 가입 가능 대상인 특고 6개 업종과 예술인을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으로 편입하고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의 고용보험료를 부담하는 안이다.
우선 비용 문제가 걸린다.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직급여의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기금은 지난 3월까지 1,0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의 고용보험 가입 대상 확대, 고용보험 보장액 확대 등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겹쳐 적자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고·예술인은 일반 근로자보다 이직이 잦아 보험료율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도덕적 해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지금도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고용보험료 수급요건인 180일을 채운 후 무단결근 등으로 해고를 유도해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수급하는 사례가 있다. 일반 근로계약이 아닌 특고·예술인의 경우에도 해당할 수 있어 수급이 반복되는 경우 일정한 제한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는 사용자 전속성이 고용보험 가입의 판단요건이 되므로 근로자성이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안전망 확대는 공감하고 필요하지만 실제로 제도화할 것인가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모럴헤저드, 비용 부담 등의 조화가 있어야 해 섬세하고 치밀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대통령도 말씀하셨듯 한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각각의 고용형태에 따라 최선의 안을 만든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변재현기자 이희조·김태영기자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