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오는 29일 폐회하는 가운데 예금보험공사의 말 못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보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착오송금 구제법’과 ‘RRP법’ 등 법안들이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의 재발의되더라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어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예금보호법 개정안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 2018년 12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예보법 개정안은 예보가 수취인으로부터 돈을 회수한 후 송금인에게 돌려주는 ‘선회수 후지급’ 방식을 담고 있다. 개인의 실수로 발생한 피해를 정부기관이 정부 재정과 인력을 투입해가며 개인을 구제하는 것을 두고 여야가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해당 법안은 1년 넘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착오송금 건수는 40만건이 넘고 1조원가량이 잘못 보내지고 있다”며 “최근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착오송금 피해도 급증했다는 점에서 관련 법 시행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또 다른 예보 관련 법안은 ‘은행들의 유언장’으로 불리는 RRP법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사들의 건전성과 유동성에 관심이 쏠리면서 RRP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금산법 개정안은 금융위기 등으로 주요 금융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경우에 대비해 대응 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금융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수년 전부터 국내 금융기관에 RRP 수립과 활용체계를 권고해왔다. 금융위기의 원인이나 양상이 더욱 다양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예방과 대응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미국·유럽연합 등 주요국에서는 RRP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금융사가 금융위기 사태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제의 운명도 좌우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RRP는 주요 금융사의 위기가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제도”라며 “평시 부실 위험을 낮추기 위한 금융사들의 노력 뿐만 아니라 위기시 정리 체계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