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대의 아들입니다. 그때의 광대는 한없이 아래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숙명의 60여 년이었다. 남사당 일원이던 아비를 따라 다섯 살 어린 나이에 ‘광대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63년이 흘렀다. 때로는 길바닥에서, 때로는 세계 무대에서 신명 나는 한판을 벌였다. 길거리에서 풍물을 치면 ‘불량 빨갱이’ 취급받던 시절에도 광대의 놀음은 멈추지 않았다. 독재에 맞선 민중의 저항은 열정의 몸짓과 소리를 타고 울려 퍼졌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전통 연희에 새 숨결을 불어넣은 사물놀이의 창시자 김덕수. 이 영원한 광대를 사람들은 ‘예인(藝人)’이라고 부른다.
김덕수의 음악 인생 63년을 그린 음악극이 무대에 오른다. 세종문화회관과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음악극 ‘김덕수전(傳)’을 통해서다. 김덕수는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내 이름 뒤에 붙은 ‘~전(傳)’이라는 말에 정말 어깨가 무겁다”며 “무지에서 망각으로 가고 있는 우리 연희의 맛과 멋을 다시 알리고, 청년들에게 진정한 예인 정신을 전수하는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덕수는 1957년 5세 때 아버지가 있던 남사당 새미(무동)로 연희에 입문했다. 낭랑악단, 한국민속가무예술단 등을 거치며 전통예술을 계승해 온 그는 1978년 꽹과리, 징, 장구, 북 4개의 악기를 활용한 한국의 대표 전통 콘텐츠 사물놀이를 창시했다. 김덕수는 “4개 악기가 빚어내는 울림, ‘덩실덩실’이라는 리듬은 한국인의 유전자에 내재한 우리만의 맛과 멋”이라며 “사물놀이는 늘 우리 국민의 희로애락과 함께 있었다”고 자부한다.
광대의 길을 조명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창작가들이 힘을 합쳤다. 이번 음악극은 1년여에 걸친 김덕수와의 구술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제작총괄과 극본을, 극단 골목길의 대표이자 ‘경숙이, 경숙아버지’, ‘개구리’,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등을 연출한 박근형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안무가 정영두, 퓨전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 사물놀이 본 등도 참여해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박 연출은 “김덕수 선생님과 본 사물놀이 팀이 연습하는 장면을 봤는데,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전율 그 자체였다”며 “예술가로서의 김덕수는 물론 유쾌한 얼굴 이면의 인간 김덕수의 이야기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극은 김덕수의 어린 시절부터 사물놀이의 탄생까지를 시대별로 그린 1부, 사물놀이를 중심으로 한 전통연희의 전성기와 세계화에 대한 고민을 다룬 2부로 나뉜다. 김덕수가 직접 무대에 올라 사물놀이의 미학적 의미를 설명하거나 독백하며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의 ‘그레이트 아티스트 시리즈’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명인전 시리즈’의 일환으로 공동 제작됐다. 오는 28~3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며, 29일 저녁 7시 30분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송주희기자 ssong@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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