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재난지원금 마케팅 자제령에...카드사는 허탈, 고객은 혼선

카드사 신규고객 유치 기회 상실

고객들도 이벤트 혜택 등 못받아

"금융당국 개입 지나치다" 불만도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직원이 카드결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직원이 카드결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14조원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첫날부터 원활하게 진행 중인 가운데 정작 활발해야 할 카드사 마케팅에 제동이 걸리자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드사는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고객은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윈윈’ 마케팅인데도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마케팅 자제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이날 재난지원금 신청 이벤트를 취소했다. 다만 기존 문자 안내를 받는 고객 대상으로 이벤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카드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신청 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 1장이나 5,000원 상당의 편의점 상품권 1장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벤트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이벤트 문자를 접한 고객들은 혼선을 빚자 이날 늦게 안내를 받은 고객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비씨카드와 NH농협카드도 재난지원금 관련 판촉행사를 준비했다 백지화했다.


카드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마케팅을 진행하는 곳은 우리카드다. 다만 이벤트 대상은 신규 고객이 아닌 휴면고객이나 일정 기간 결제 실적이 없는 고객으로, 지난주 발송된 문자를 받은 사람만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시 스타벅스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보다는 기존 무실적 고객들을 위한 판촉행사”라며 “당국 권고 전에 진행했던 행사라 고객의 혼선을 막기 위해 취소하기보다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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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황급히 마케팅을 접거나 번복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마케팅 자제 권고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카드사의 과당경쟁 조짐이 보이자 카드사들에 판촉행사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정부·지자체·카드사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위한 업무협약’에서 “재난지원금 관련 마케팅 과열 양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카드사들이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데다 재난지원금으로 결제해도 기존 카드이용 혜택을 그대로 제공하는 등 어느 정도 부담을 지고 있지만 투자 대비 혜택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카드사의 재난지원금 혜택이 많아지면 재난지원금 지급 취지인 고객들의 소비 촉진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는 재난지원금 전체 규모인 14조3,000억원 중 10조원이 신용·체크카드로 소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재난지원금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만큼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며 “마케팅을 강행할 수 있지만 당국이 재차 자제를 촉구한 상황이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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