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 지속돼 온 주도주 교체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카카오가 시가총액 10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권에 입성한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인터넷·바이오’로 대표되는 신산업 부문의 점유율이 커지는 ‘구조개편’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날 11시26분 기준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500원(0.23%) 오른 21만5,500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이 11위로 밀려나면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13일 종가 대비 5월13일까지 주가가 36.1%나 오르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200의 주가 상승률(3.6%)을 10배나 앞지른 덕이다. 이에 힘입어 3월 말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17위를 기록하던 카카오는 약 한 달 반 사이에 순위가 일곱 계단 뛰어올랐다.
네이버(NAVER)와 더불어 ‘언택트’ 주도주로 거론돼오면서 몸값이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7일 카카오가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9% 늘어난 8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게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보고서에서 “톡비즈보드의 선전과 커머스의 놀라운 성장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광고 매출 감소를 상쇄하며 다시 본격적인 실적 성장 구간에 진입했다”며 “올해 카카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4%, 104.1%씩 늘어난 3조8,100억원과 4,221억원을 기록하며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역시 페이·쇼핑·웹툰 등 언택트 관련 사업에서 성장을 보이며 주식시장에서 몸값을 띄우고 있다. 전장보다 주가가 1.14% 내리며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한 달 사이 시가총액이 27조원에서 35조원까지 뛰어오르며 시가총액 순위 4위를 고수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1·4분기 스마트스토어, 네이버페이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46%씩 늘어난 데 힘입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4.6%, 7.4%씩 늘어났다.
바이오 부문도 코로나19를 발판 삼아 시가총액을 키웠다. 가령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장중 61만7,00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달 23일 60만8,000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한 지 한 달도 안 돼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10일 미국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와 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후 40만원대에서 50만원대로 뛰었다. 이에 힘입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7월 18조원에서 40조원까지 뛰어올랐다. 셀트리온도 시가총액 5위를 고수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국내에서 전통 제조업을 대표하던 업종들은 시총 랭킹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13일 시가총액 3위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9위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현대차 시총은 26조6,000억원에서 19조6,000억원으로 7조원 감소했다. 현대차 주가는 올 1월 말만 해도 13만원대에 달했으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9만원대에서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지난해 1월 말 시가총액 7위를 지켰으나 현재는 13위에 머물러 있다. 시가총액은 16조원으로 엔씨소프트(15조9,000억원)와 불과 1,000억원 차이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POSCO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1·4분기보다 41.4% 감소한 가운데 시가총액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는 전통 제조업에게 계속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역으로 바이오·인터넷 종목에는 기회를 제공해줬다”며 “코로나19가 국내 주식시장이 신산업 쪽으로 빠르게 개편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